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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형제의 중고등부 겨울 성소 피정 마친 후

by 정마리아 posted Feb 09,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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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와 선

어느 형제가 저희 카페에 올린 후기입니다.

** 겨울 성소 모임에 다녀와서 **

그저 화창만하길 바라며 집을 나섰는데 얼굴에 마주치는 바람은 어느정도 따스했지만
야속하게도 햇님은 그 얼굴을 내놓지 않았더군요.
그래도 매일 신나는 노래만 듣는다면 그 노래가 식상해질 뿐더러 들뜬 사람이 되기 쉽상이므로
적당히 우울띠고 차분한 노래가 어울리게 흐린날이 그리 야속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피정엘 다녀왔었어서 어느정도 발에익은 길들을 걸어 정동 교육회관에 도착했지만
문제는 수도원 성당으로 가는길을 모르겠더라는거죠.. 헤헤a

결국 주차장 쪽으로 들어가 여러 반가운 얼굴들을 뵙고서 성당으로 향했습니다.



불과 며칠 전 고등부 형제들과 전례를 드리던 독서대와 신자석엔

이제 수사님들과 단정히 양복을 입으신 형제님들이 있었고

그 뒤론 형제, 자매님들이 자리를 서서히 메워가고 있었습니다.

전 30여명의 형제들 앞에서 짧게 기도응송을 할때도

기도문에 표시까지 해서 읽어도 목소리가 떨려오고 몸이 굳고

나른한 조명에 눈앞이 아득했었는데 하물며 이 수많은 가족과 친지앞에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키 위해 연습하는 형제님들의 그 심정은 어떨런지

대단하단 생각과 함께 비교키 부끄럽지만 공감이 가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10분정도 남았는데 만나기로 한 비오형제가 늦어져 나름대로 머릴써

가방으로 자릴 맡아두고 밖으로 나와 형제를 기다리기로 했고

마당으로 나가니 수사님들께서 모여 계시기에 아까 못다한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이런저런 소담을 주고받다보니 2시가 되었습니다.



주례형제님들께서 입당하시고 따라 들어가려 돌아서는데 이때 영화처럼 등장한 비오형제!

"에구, 시청역부터 달려와 힘들어.. 헥헥"

라는 형제와 함께 아까 맡아놓은 자리로 가려..는데 자린 이미 매장된지 오래였습죠 ㄱ-;;

그렇게 문밖에 마련된 자리에서 입회식과 미사를 참례했지만

바로 앞자리에 자매님 품에안겨 뒤쪽을 바라보며

오늘이 복된날임을 저도 안다는듯이 생글생글 미소지으며 옹알이해준

라자로 형제님의 숨겨둔(?) 아기덕에 그리 속상하진 않았답니다.



그렇게 오감을 곤두세우고 들어낸 강론중 마지막 말씀을 듣고

전 현재의 시점에 제가 해야할 노력의 이유와 그 목적을 분명히 할 수 있었습니다.



"수도자 앞엔 빛나는 영광이 아닌 수많은 장애와 고난이 기다리고 있으며

부와 풍요가 아닌 가난함과 청빈에의 서약이 필요합니다.

이에 불구하고 여기 이 형제들이 오늘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이유는

하느님께서 우릴 당신의 모상대로 창조하신 그대로 하느님을 닮아가며

그리스도의 수난과 십자가의 희생을 재현하기 위해서입니다."



미사와 입회식이 끝나고 성당에서 이제 수사님들(!)을 만나

악수와 포옹으로 축하해드리고 가나안 혼인잔치로 가서

맛있는 뷔페를 먹으며 일반부 형제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는데 작년에 카페에서 새벽두시*-_-*에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나서 성소모임에 나오게 되신 형제님을 만나서

반갑기도 하고 나름 보람도 느꼈고 여러 사연을 안고 오신

형제님들을 보며 부르심의 신비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수사님들께도 이런저런 이야길 들었는데

태국 형제회에서 우리나라보다 진출한 수도회가 더 많은

상황에서 유일하게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형제의 입회를

허락했다는 말을 듣고 적잖게 충격적이었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요지는 이렇듯 작은형제회가 개방적인 편이지만

어떤 형제든지 그의 핸디캡을 파고든다면 과연 수도자의

완벽한 요건을 갖춘 성소자가 얼마나 될것인가 하는 것이었죠.

그러므로 성소담당 신부님께 어떤 면이나 이야기던지

솔직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우린 헤어졌습니다.



다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겠지만 멀지않은 언젠가

함께 하나의 지향을 갖고 생활하게 되리라는 확신을 갖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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