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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안수연 바오로 형제에게 드리는 회상의 편지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Jun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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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안수연 바오로 형제에게 드리는 회상의 편지

바오로 형제!
형제와 내가 만난 것은 4년 정도 되었나요? 
이곳 지도에서 만난 그 시간 속에서 
헤아릴 수 없이 내 가슴을 지나간 일월의 그림자
연기같이 소진해 간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해 봅니다.

사랑이란 으뜸으로 축복된 만남추위를 견디라고 곁에 있게 해준 만남
형제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형제의 내면의 모습도 조금은 알게 되었지요.
애환의 강줄기가 눈물 나도록 흘러 굽이쳐서 
산사태처럼 내리 덮이는 전 존재의 와해,
불시에 떨어지는 낙과의 비참함,
자신의 갈망의 나무에서
진흙 위에 떨어져 뒹구는 비참을 보았습니다.

얼마쯤은 늘 상처 입은 가슴
한 번씩 손이시린 노여움과 
덤불이 탈 때 같이 뜨거운 혼란에 휘말리는 비애
그대의 눈물
불면의 밤을 보내던 날 창문을 때리던 빗줄기의 그 사나운 주먹질에도
삶의 애환과 무게를 돌아보게 하지는 않았나요?

인색한 저울로 사람을 달아 따지는
이반과 몰이해의 사나운 돌팔매들이 부산히 바람을 가르고 다가올 때
아무도 이를 막아줄 방도를 찾을 길 없어 
하늘로 두 손을 모으고 기도의 향을 올리던 일을 압니다.

노을이 물든 인적이 없는 해변에 서서 
붉게 물든 하늘을 한없이 바라보며 
몇 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일을 압니다.   
어느 여름날 나는 허름한 농가 주택을 찾아가전기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그때 땀을 뻘뻘 흘리며 홀로 일하는 나를 찾아왔습니다. 
그 날은 새벽까지 작업을 하였지요.
그 때부터 곁에서 나를 조금씩 거들어 주기 시작 하였고 그로 인하여 
형제의 마음은 새로운 영역의 길로 들어섰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형제의 영혼에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주셨습니다. 

끊임없는 목마름 속에 소리치는 
고단한 사랑의 서러운 눈시울로갈망과 비탄과 
그 나머지 한 가닥 빛을 찾는 신앙 
때로는 터져나갈 듯 벅차있고 
더러는 너무나 마음이 비어 허적한 그 곳에 유일하게 함께 계시면서 
집 떠난 작은 아들의 귀환을 기다려 주신 주님의 자비는 형제에게 
감사와 감동으로 감격의 전율을 느끼게 하셨습니다.

나는 그대의 기뻐하는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일을 하다가 잠시 휴식을 하면서 천진한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요.

“수사님! 수사님과 이런 일을 하는 게 너무나 행복합니다. 
 보상을 바라지 않고 땀을 흘리는 기쁨을 알았습니다. 
 수사님이 어디를 가시든 저를 불러 주십시오.”

바오로 형제!
형제는 아이들을 무척 좋아했고 사랑했습니다.
주일학교와 어린이 미사,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일정을 뒤로하고 우선적으로 달려왔지요

형제는 어느 날 목포에 있는 재속프란치스코 형제회에 
입회를 해도 되는지 물어왔습니다. 
새로운 지원기가 시작 될 무렵 재속프란치스코 형제회에 입회를 하였고 
그로부터 주님께서는 형제의 영혼에 불을 놓으셨습니다.
존재의 밑바닥부터 흔들어 놓는 사랑의 불씨로
얼어있던 땅을 데워 내어 
푸른 싹이 돋아나게 하시고
은혜로운 충족 속에
영혼의 전역이 열리어 씻기고 정돈되면서
원천의 그리움과 만나는 기쁨이 
푸른 줄기로 자라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는 형제가 지도공소의 총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영적인 에너지를 
성프란치스코가 걸어온 그 길을 배우면서 시작하도록 하셨습니다. 
사무장도 없는 공소의 여러 현안들을 홀로 감당하면서 
형제의 십자가는 하루하루 무거워 졌습니다. 
관계의 단절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가운데서 
중재의 역할을 하면서 
말없이 솔선하는 그대를 보는 나의 마음은 
측은하면서 기쁨에 차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여준 형제의 용기와 믿음은 훌륭하였습니다. 
자신을 내려놓는 가난과 겸손을 통해 
용서와 화해의 여러 시도들은 해방과 자유를 주시려는 주님의 자비를 향해 열려있었습니다.  

먼저 떠난 형제여!
서로의 신상을 성실한 관심으로 서로 돌보고 가꾸지 않는다면 
사람의 정인들 무슨 값어치가 있겠습니까.
여럿의 가능성 가운데 
최선과 최고의 아름다움의 값을 찾아내려는 바람과 애씀이야말로
인간적인 추구요 도리일 것입니다.
존재의 심연에서 생명이 분출되고
생명이 연소되어 
발아에서 열매를 맺기까지
그 자연의 순환에 나를 맡기고
나도 서서히 미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사람의 만남 안에 깃들이는 주님의 크신 자비는 
우리의 만남이 축복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형제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내게 보낸 두 개의 사연을 다시 읽으며
형제를 보내드립니다.

“수사님! 축일을 축하드립니다. (4월26일 영명축일)
 늘 건강하시길 바라며 
 자상하시고 인자하시고 그 사랑스런 모든 모습을 저희가 닮아 
 참 그리스도인으로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수사님! (떠나기 3일전)
 수사님이 만들어 주신 멸치와 냉잇국 아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환자에게도 마귀와 유혹은 예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기도와 미사는 가난하고 미천한 저를 다시 살려주시나 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또 한 번 깊이 느낍니다.
 견딤의 선물을 청하며 열심히 기도하고 미사에 참여하겠습니다.”

 바오로 형제 !
 형제가 그토록 찾던 갈망의 종착역 
 주님의 함께 계심 안에서 누리는 자유 
 영원히 거기에 머무시길 ...

  2016년 6월 27일 
  안수연 바오로 형제를 떠나보내면서..

  지도공소에서
  이기남 마르첼리노 마리아 형제 O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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