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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사

by 김 찬선 posted Nov 2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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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프란치스코 형제 장례 미사 고별사

프란치스코 형제님,
6년 전 이맘때도 저는 저의 본명 축일에
제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안젤로 수사님을 주님께 보내드렸는데
이번에도 제 본명 축일에
사랑하는 형제님을 주님께 보내드리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절대 잊지 말라고
주님께서 한 묶음으로 묶어주시는가 봅니다.

제가 형제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수도원에 일찍 들어온 덕에
형제님과 저와의 인연은 형제님의 입회와 더불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것이 30년 전의 인연입니다.

형제님은 옥천 시골 본당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시다
제주도 이시돌 목장에서 임 신부님을 도와 일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글라라 수녀님들의 소개로 늦은 나이에 수도원에 입회하게 되었습니다.
형제님은 입회 때 집안의 반대를 엄청 받으셨는데
그 반대가 얼마나 심했는지는 우리 수도원 역사에 남을 정도였지요.
그런 반대를 받아 그것도 늦은 나이에 수도생활을 시작하셨기에
남다른 각오로 수도생활에 임하셨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님,
형제님은 수도원에 입회한 다음 몇 년 간
입회 때 가지고 온 보따리를 풀지 않은 채
필요한 것 몇 가지만 가지고 사셨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그 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들어왔는데
충실히 그리고 열심히 살지 못할 바에야
즉시 떠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님,
형제님은 일생을 참으로 열심히 산 분이셨습니다.
형제님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열심히 사신 형제님 모습입니다.
그래서 유기 서원자때부터 중요한 책임이 맡겨져도
비록 그 소임과 일이 처음 하는 잘 모르는 것일지라도
최선을 다 해서 훌륭히 완수해내셨습니다.
밤을 꼬박 새어서라도 주어진 것은 해내셨지요.
관구 경리와 재단법인 일은 수도생활과 어울리지 않는 일이고
그래서 누구도 하기 싫어하는 일이었지만
프란치스코 형제님은 유기 서원자때부터
무려 20여 년간 이 일을 하셨습니다.
서대문 땅을 팔아 정동 교육회관을 건축하고
천안 기도의 집 부지를 선정하고 건축하고
칠암동 성당 부지 일부와 양로원을 매각하여
하대동 요양원을 개축하고 장성 요양원을 건설하고
돌아가실 때까지 이곳 성심원의 수많은 공사들을 해내셨습니다.

이렇게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으시고 열심히 하셨기에
제가 관구 봉사자가 되었을 때
민원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던 장성 프란치스코의 집 문제를 해결하고
시설을 완공하는 소임을 맡겨드렸고,
재단법인과 경리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다시 그 책임자로 임명되어 산적한 문제들을 다 해결하셨습니다.
소방관이라고나 할까요?
해결하기 힘든 일, 다른 사람이 어찌 할 수 없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소방관처럼 해결사로 그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것은 비단 어려운 일, 힘든 일, 일에만 국한되지 않았습니다.
형제님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셨고
길을 잘 못 가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해서든지 돌아서게 하고
올바른 길을 가도록 도와주셨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은 하기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말을
사랑으로 해 줄 수 있는 용기를 가지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거부하고 반발을 하지만
마침내는 그 충고를 받아들입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도 형제님의 이런 도움을 받은 분들이
많이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도움은 늘 형제님과 당사자만 아는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은 좀체 알지 못합니다.

프란치스코 형제님,
형제님은 이렇게 일도 열심히 하셨고
인간에 대한 사랑도 소중히 하셨습니다.
일과 인간을 같이 사랑하는 것,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롭게 사랑하는 것,
이것이 쉬운 일이 결코 아닌데 형제님은 이것을 잘 해내셔서
저는 형제님을 늘 부러워하였습니다.

이 밖에도 형제님의 좋은 점과
이룬 업적을 열거하자면 수없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 인간이 죽었다 해서 좋은 점만 열거하고 싶지 않습니다.
산이 높으면 골짜기가 깊고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은 법이니
형제님도 좋은 점 못지않게 나쁜 점이 있었고
잘한 것 못지않게 잘못한 것도 많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형제님의 잘잘못 모두를 통해서 배우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형제님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유기서원자때부터 돌아가시는 날까지
우리가 하기 힘든 일들을 형제님에게 떠맡겼는데
이제 그 고단한 짐 모두 내려놓고 편안히 떠나십시오.
재단 일도 내려놓고
경리 일도 내려놓고
성심원도 내려놓고
돌아가실 때까지 걱정했던 사람들도 내려놓고
이제 하느님 곁에서 안식을 누리시고
못다 한 하느님 찬미를 하십시오.

주님,
사랑하는 우리 형제 프란치스코를 당신의 품에 받아주시고
그에게 안식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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