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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여덟에야 비로소 나 알겠네

by 마중물 posted Jan 0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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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쉰여덟에야 비로소 나 알겠네

-조동화(1948~ ), ‘고비사막 신기루’ 전문

아침부터 내달리는 장엄한 칭기스칸의 땅
물 실린 먼 호숫가, 풀밭이며 우거진 숲
해종일 가고 또 가도 / 다가오지 않는다

홀연 차 앞을 질러가는 가젤 몇 마리
바로 그 등 너머로 아득히 호수가 있다
끝끝내 다다라 보면 / 자취조차 없는 것들

나이 쉰여덟에야 비로소 나 알겠네
한사코 붙잡겠다고 숨 가삐 쫓아온 것들
그 모두 그림자임을 / 부질없는 신기루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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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 물이 없는 곳. 춥고 메마른 바람이 비단뱀 지나간 흔적처럼 물결무늬를 내어놓은 광활한 모래언덕. 우리가 고비사막이라는 인생길을 가고 또 갈 수 있는 건 야생당나귀이거나 가젤이 지나가는 등 너머 아득한 데 물 실린 호수가 있고 풀밭이 있고 우거진 숲이 있기 때문이다. 오아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일평생 붙잡겠다고 숨 가삐 쫓아온 그 오아시스는 끝끝내 다다라보면 부질없는 신기루요, 허상에 지나지 않는 것을. 또 그렇다한들 어찌하랴. 허상은 허깨비 같은 우리 사람의 위안인 것을. 그 아지랑이와도 같은 샘물과 숲그늘이라는 희망이 없다면 우리가 타는 목마름으로 아득한 고비를 어떻게 건널 수 있을까. 오! 슬픈 깨달음이여.

[불교신문 2391호/ 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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