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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관계로 이사 오신 하느님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Jul 23,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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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관계로 이사 오신 하느님

 

삼위일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의 신비는 기존의 인식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재인식을 허용하는 신비입니다. 우리가 처음부터 배운 신앙의 진리는 출발부터가 하느님으로부터 출발한 것이 아니고 나로부터 출발하였기에 인과응보의 틀로 만든 가치체계가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뿌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으로부터 사랑받음에 대하여 사랑으로 응답하는 구조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여기에 재인식의 토대가 마련되도록 지금까지의 틀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인식의 혁명이 필요합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마을로 이사 오셨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육화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하느님의 가난과 겸손이 살과 피가 되어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하느님의 동등성을 포기하신 엄청난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육화의 도구로 살아가는 이들이 보여주는 실질적인 선의 흐름 안에서 우리 눈으로 볼 수 있는 하느님이 되신 것입니다. 우리 마을로 이사 오신 그분을 알아보는 확실한 표지는 관계 안에 흐르는 선입니다. 삼위일체 안에서 내어주는 사랑으로 시작된 사랑의 혁명은 받아들이는 이들에 의해서 달라집니다. 받은 사랑의 무게는 주는 사랑의 무게와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은 무게의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영의 흐름이 닿는 곳마다 생명이 살아납니다. 자유와 기쁨을 상호 간에 주고받음으로 인하여 신적 에너지가 육화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하여 육화의 순간을 우리들의 관계 안에서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알아보는 확실한 표시는 서로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 추상적이거나 철학적으로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진리는 매우 구체적이고 구체적인 사람을 통하여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나에게 전달되는 것도 사람을 통해서 전달되는 것입니다. 기도가 행동하는 자비가 되지 못할 때 기도를 통해 말씀하신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닙니다. 기도는 변화하는 사랑의 다른 표현입니다. 진리가 인간에게 이해되기 위해서는 상호 간에 주고받는 자비와 선으로 표현되는 인간의 관계들이 중요합니다. 육화의 도구가 된다는 것은, 우리가 도구적 존재라는 확실한 인식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성프란치스코는 성탄의 신비를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하여 그렉치오에서 말구유에 누워 계신 연약한 하느님의 모습을 보기를 원하셨습니다. 하느님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껴안을 수 있는 하느님이 되셨다는 말입니다. 육화의 신비는 하느님의 전적인 끌어안음을 우리가 볼 수 있도록 내어주는 사랑을 통하여 알게 되는 신비입니다. 예수께서 하느님의 동등성을 포기하고 우리와 동등하게 되었다면 우월감에 중독된 우리에게 사랑은 내려가는 일과 내려놓는 일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창조는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내어줌의 현실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는 일로 우리와의 동등성마저 내어주는 사랑으로 바꾸셨습니다. 허리를 굽혀 발을 씻는 행위가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기막힌 가르침이었습니다.

 

보아야 깨닫습니다. 들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는 성부 하느님을 경계하고 무서워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합니다. 나는 자신을 온전히 성자에게 내어주신 아버지를 가까이하지 못하게 하는 사람들이 인류 역사 안에 무수히 많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사실을 들음만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느님을 보여주는 육화는 이제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관계를 잃어버리면 모든 것을 잃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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