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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완전 함을 선택하신 하느님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Dec 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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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불완전 함을 선택하신 하느님

 

성탄절을 앞두고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나를 아는가?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면서 하느님을 안다고 할 수 있는가?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안다고 하는 것은

정말로 알아서가 아니라 이미지로만 하느님을 그려낼 뿐이며

자신만의 신을 가지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영적인 여정을 시작하려면 무엇보다 정직하게 자기 눈 속의 티를 찾아내야 한다.

나는 내 안에 있는 너무나 많은 들보를 보지 못하고

남의 눈 속의 티를 꺼내주려고 하였는가를 성찰하면서 하느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면의 거울이 있어야 볼 수 있다.

주님의 육화와 십자가의 예수께서 보여주신 사랑이 나에게 거울이 되었다.

 

젊은 날, 나는 하느님을 기쁘시게 해드리기 위해서 완벽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고,

그로 인해 필요 이상의 죄의식을 갖게 되었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하느님께서 완벽한 것만을 좋아하신다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화가 나지 않은 척할 때 분노를 품고 살게 되고

악습과 죄가 만들어 내는 어두움을 감추려고 거짓말을 하면서 자신을 속인다.

탓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내면의 들보가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다.

 

희생양을 만드는 교회에서 희생양으로 살아가면서 배운 진리,

용납할 수 없는 자신의 죄와 연약함,

자신에 대한 증오심으로 인해 남을 미워하게 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자신의 결점을 깨닫고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 그 결점을 투사하여 폭력을 정당화시키면서

내 탓이오라고 가슴을 치지만 결국 네 탓으로 끝나는 관계의 현실,

 

불완전한 모습과 상처를 갖고 하느님께 나아가는 것이

사람으로 태어나신 주님의 육화와 십자가의 거울이 가르쳐 준 진리였다.

자신을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는 자유의 길이 거기에 있었다.

자신을 높이거나 자랑하거나 증명할 필요가 없는

최고의 자유, 최고의 사랑이 거기에 있었다.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이 드러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고

아버지의 이름과 나라와 아버지의 뜻을 이루려는 의지가

하루의 일과 중에 우선적인 위치를 차지하도록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하여 관계의 주변을 살핀다.

 

가장 큰 적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

다른 사람에게 내 뜻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강박 관념을 버릴 때

찾아오는 조용한 평화가 있다.

 

완벽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고 살아온 나는

완벽하지 못하면 하느님께서 사랑해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작은형제회 수도회에서 살아온 날도 긴 세월이 흘렀다.

수도원에서도 역시 완벽을 추구하는 갈망은 계속되었다.

행복은 수도복이 주는 것이 아니었다.

수도복을 갈치고 있어도 나는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 나이 오십이 조금 넘어설 무렵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살아온 나에게

불완전함이 주는 자유를 발견한 것은 매우 큰 축복이었다.

우리가 죄를 짓고 고난을 겪는 것은, 우리가 연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다. 그러나 불완전한 존재이면서도

불완전한 세상에서 기쁘게 살아가는 것이 성숙한 믿음의 삶이다.

 

선은 인간 존재의 뿌리며 실재다.

하느님의 선하심이 나에게 육화되어 너에게 흘러가는 거기에 놀라운 은총의 눈이 열린다.

삼위일체 하느님의 사랑에 초대된 내가 선으로 참여하는 신비가 거기에 있다.

감동과 감탄의 나라가 인간적 불완전함이 주는 자유 안에서 열린다.

아버지의 품 안에서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

나의 부족함을 채워주시는 그분의 자비 때문에 행동하는 선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탄절을 앞두고 인간으로 태어나시는 그분을 맞이하는 나는 기쁘다.

그분께서 나와 같은 인간성을 갖고 오시기 때문에

나의 인간적 불완전함이 축복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며

그분과 언제나 함께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분께서 사람으로 오심으로

나는 그분의 신적인 생명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성탄의 신비는 육화의 신비요

육화의 신비는 불완전함 속에서도 선으로 사람을 살리는 생명의 신비다.

인류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코로나의 공포 속에서도

주님이 성탄은 믿는 이들의 기쁨이요 축복이다.

 

하느님의 가난하심이

하느님의 낮추심과 겸손하심이

인간적 불완전함을 스스로 선택하셨기 때문이다.

그분의 존재가 나의 존재를 비추고

나의 존재가 선으로 너를 비출 때 성탄은 관계 속에서 사랑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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