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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는 길목에서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Aug 2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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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오는 길목에서

 

온전히 이 순간에

깊은 만족을 주는 낙원의 낙조

 

달빛이 흐르는 강가로 나아가

회상의 배를 띄운다.

 

응답하는 기쁨을 모아

사랑할수록 아름다움은 커지고 깊어지는 연한 슬픔

 

오늘 하루 새들은 얼마나 멋지게 노래하였으며

꽃들은 얼마나 소리 없이 피어났을까!

세상이 부른 노래들에 나의 노래를 보태어

감옥을 부수며 멍들었던 가슴을 쓸어내린다.

 

기대했던 희망이 조각난 끄트머리에서

발꿈치를 들고 고요히 다가와 볼을 비비던 바람

갑자기 찾아온 너를 통해 부드러운 아버지의 손길을 느꼈지!

초록 사이에서 고개를 숙이는 벼들의 겸손한 얼굴을 쓰다듬던 너,

좋은 느낌을 모아 즉흥곡을 만들어 너만을 위해 연주하고 싶구나

 

나의 두 눈이 아름다운 초록들을 산책할 때

보는 것에 잔뜩 배부른 나는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유려한 가락들에 취해 흥얼거린다.

 

포도송이에 꿀을 발라 주시던 아버지

수줍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던 사과에 신맛과 단맛을 골고루 섞어주시던 아버지,

나이 든 호박의 주름을 펴주시던 자상하신 그분께서 가을볕 한 아름 가득 채워주시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으로 억새들은 윤나는 머리에 빗질을 끝낸다.

 

아름다운 신적 섬광이 밤하늘을 물들이면 별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내밀고

만삭이 다 된 달덩이는 강가를 걷는 이들에게 그리움을 불러낸다.

 

밤송이들이 가슴을 부풀리며 속삭이는 날

초록들은 하나둘씩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장을 열고 옷을 고른다.

 

봉숭아 물들이던 아가씨들아

너의 마음도 곱게 물들여라.

 

내면에서 나오는 고요의 멜로디

귀를 열어 그분의 소리를 듣는다.

 

9월이 오는 길목에서

깨 터는 할머니 타작 소리

풀 깎는 소리

고추 말리는 멍석에서 노는 잠자리

 

느긋한 평화

귀뚜라미의 청아한 음성이 귓전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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