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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울지 않는다.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Mar 1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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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울지 않는다.

 

봄의 전령사 복수초와 산수유

찬 서리 맞으며 피어난 매화가

뽀얀 얼굴에 엷은 연두로 색조 화장하고 나와 벌들을 유혹한다.

목련이 가슴을 열고 하얀 살을 드러내는 밤

아침이 되면 이슬에 젖은 수선화가 방끗 웃으며 인사를 건네겠지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부드럽고 고운 개나리

연분홍 치마에 노랑 저고리를 입고 마중 나온 진달래와 팬지

봄의 함성, 꽃들의 합창,

코로나의 공포 속에서도 여지없이 꽃은 핀다.

 

꽃들은 울지 않는다.

슬픈 건 인간이다.

터무니없이 불공평하고

탐욕과 폭력을 저지르는 만행이 지구촌 곳곳에서 자행되기 때문이다.

 

봄비가 내리는 건 하느님의 눈물인가?

인간의 슬픔을 보고 계신 하느님의 슬픔,

갖가지 애환과 고통과 고난 속에서 몸부림치는 인간의 처참한 비극을 바라보시는 아버지,

연민과 자비가 만나 눈물이 강을 이룬다.

생명을 돌보시는 하느님께서

사랑하는 이가 겪는 아픔을 견디신다.

인간의 역사 안에서 하느님의 눈물을 뺄 수 있을까?

 

슬픔은 혼자 짊어질 수 없다.

모든 슬픔과 고난을 하느님의 슬픔으로 이해하는 것이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

하느님과 나, 너와 나, 모든 피조물과 나 사이에 공유하는 슬픔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논리적이지도 않고 합리적이지 않지만,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기 때문이다.

 

슬픔에서 벗어나는 길은

그 슬픔과 더불어 슬픔을 통과해 가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고난을 견디는 유일한 길도 고난을 홀로 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며

내가 영웅적으로 고난을 홀로 지려고 할 때, 고난을 부인하거나 척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고난이 우리를 부드럽게 만드는 교훈을 배우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슬픔과 고난은 홀로 질 수 없는 짐이다.

봄비 내리는 밤에 만물을 깨워 생명의 호흡을 되찾아 주시는 아버지께서

슬픔과 고난을 홀로 지라고 내버려 두실 분이 아니시다.

봄꽃이 만발하는 계절에 내 안에 필 봉오리는 무엇인가?

슬픔과 고난 중에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는 일을 찾아보자

아버지를 대신해서


꽃들은 울지 않는다.

아버지와 내가 네 곁에 있기 때문이며

너와 함께 짐을 지려고 손을 내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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