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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Feb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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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

 

체험하고도 표현하지 못하는 사실들을 신뢰할 수 없다면

표현된 언어도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표현하지 못한 채 숨겨진 진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표현할 능력도 방법도 모른 채 묻혀버린 진실,

그 마음을 헤아리시는 분이 계시지 않았다면

나의 삶은 절망의 골짜기에서 방황했을 것이다.

 

왕진 가방을 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시며 아픈 곳을 살피시는 아버지

온갖 피조물을 돌보시는 아버지의 손길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살아있는 생명이다.

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엄마가 아기의 필요를 채우는 것처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우리의 필요를 채우는 건 아버지의 자비다.

 

보는 눈이 열리고

듣는 귀가 열리고

말하는 입이 열리고

가슴과 손발의 감각들이 살아있는 건

몸의 깨어남이다.

나는 늦게서야 깨어났지만, 그 이유를 모른다.

다만 내가 아는 건 아버지의 모성적인 품이다.

품에 안겨본 사람만이 그 품을 안다.

심장에서 전해오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교감

거기서는 내가 없다.

 

살아 있는 건 축복이다.

오늘도 그 품에 안겨

숨 쉬고, 보고, 듣고, 말하고, 느낀다.

 

나만 좋으면 되는 사람들,

내가 다스리는 나라를 꿈꾸는 사람들,

그들과 더불어 살면서

말로는 나타내지 못할 사연들을

말없이 내어놓는다.

 

응시

침묵 가운데 십자가를 바라보는 고요한 응시

눈을 마주하는 소통

어둠 속에서 촛불 하나에 의지하며 내보이는 가난한 염원

 

당신은 거기 계시고

나는 여기 있습니다.

   

당신은 여기 계시고

나도 여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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