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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땅에 피는 흑장미

by 이마르첼리노M posted Sep 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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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땅에 피는 흑장미

 

머리로 아는 것은 깊이가 없다.

진실의 바닥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고난의 흔적이 없기 때문이다.

 

참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하느님을 원망하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인생의 문제들에 해답을 찾지 못했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을 구원하는 고난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구원하는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의 한 가운데서도 생명을 주는 힘이 있다.

구원하는 고난은 사랑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다른 사람 위에 올려놓고 사는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더디게 배우지만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진리를 향해 더 앞서 간다.

복음의 한 가운데 있는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 과부들, 소외된 이들, 세리들과 창녀들,

질병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유대 지도자들이 하느님께서 버렸다고 가르친

이미 죄인으로 단정한 계층의 사람들이었다.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그들이 먼저 깨닫고 받아들였다,

그들에게는 오직 하느님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들리는 복음과 배부른 사람들에게 들리는 복음은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복음을 처음 접한 사람들에게는 갈망과 목마름이 있었다.

그들은 가난하고 압제와 핍박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도 각자의 내면을 성찰하고 그 안에서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과

상처와 억압된 분노와 거부감과 두려움을 발견하게 되면

세상에서 핍박받는 사람들과 그러한 어려움을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자기 주변의 사람들과 사물들과 공명하며

거기에 상응하는 관계들을 만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은 외로움과 소외 가운데 살아가며

어떤 형태로든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고

심지어 자신들을 향해서도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이 있다.

 

가정과 공동체의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핍박과 억울하고 부당하게 취급당하는 일과 존중받지 못한 채

폭력의 희생자로 살아가는 데서 나온다.

말의 폭력, 태도의 폭력, 힘의 폭력, 불이익의 폭력,

이러한 폭력을 당하면 살아갈 동력을 잃고 만다.

어디에도 희망의 출구가 없는 절망과 어두움에 놓여 있게 된다.

 

하느님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통의 신비에 대해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공허하다는 것, 버림 받았다는 것, 그리고 사랑 받지 못하고 존중 받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뼈저린 인간사의 실상인가를 느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하고,

자신의 인생 전체를 통해 하느님 앞에서 그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인생에 고난이 찾아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양팔을 들고 기도하며, 얼어붙은 냉방에서 무릎을 꿇고 예배를 드리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믿음을 지킬 것인가?

이것이 내가 욥이 되어 우리의 상황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십자가의 신비에 대면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십자가는 관념이 아닌 삶으로 이해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믿음과 용기는 언제나 함께 간다.

믿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목마름이 없는 지식은 관념에 빠진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관념이 아니라 삶이다.

대부분의 신자들이 자기 인생 제반 문제들에 대해

그리스도교적인 해답을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망이 없다.

예수그리스도를 따르는 데 맞추지 않고 예배를 중심으로 만들었기 때문이고

그 해답은 추상적이고 피상적이며 막연하고 목마름이 없는 지식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다.

예수께서 그리스도가 되신 것은 인간 안에 육화하신 말씀이었다.

그 길은 고난을 감수하는 사랑의 길이었다.

그분은 사랑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몸소 가르쳐주셨다.

 

믿음은 은총과 자유의 독특한 산물이다.

하느님의 자유와 나의 자유가 만나 육화의 신비를 삶으로 드러내신다.

역사 속으로 들어오신 예수님, 육화하신 예수님께서

나를 통하여 하느님의 자비와 선하심을 드러내시기 때문이다.

그 육화는 고난의 신비에 감추어져 있다.

나는 육화의 도구로써 그 신비에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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