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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코 대축일- 참 좋다, 다 좋다!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Oct 04,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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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프란치스코를 사랑하고 그래서 따르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성 프란치스코의 천상 탄일을 기념하여 여기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오늘은 조금 무겁게 얘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800년 전의 프란치스코가 오늘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가난뱅이 프란치스코가 욕망과 소유와 소비의 이 시대에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저는 이 시대를 <욕망>과 <소유>와 <소비>의 시대라고 정의하였습니다.

 

 

우선 저는 이 시대를 욕망의 시대라고 정의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의를 내렸지만 욕망이 오늘날의 문제만은 아니지요.

그럼에도 제가 이렇게 정의를 내림은

이 욕망을 이 시대가 부끄러워하고 다스려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고

이 욕망을 이 시대가 조장하고 적극적으로 성취하려고 하기 때문이고,

욕망을 거룩한 갈망과 열망으로 바꾸려하기보다는

욕망의 노예가 되어 패배주의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요즘 우리는 통탄할 뉴스를 수없이 들으며 살아갑니다.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성폭행을 하고 죽이는 일이 다반사이고,

힘없는 아이를, 너무도 어린 아이를 노리개 삼기까지 합니다.

그 성욕이란 것이 뭐 그리 중요하기에 한 인생을,

그것도 앞날이 창창한 어린 아이의 인생을 그렇게 망가트린다 말입니까?

인간의 욕망이 한 인간의 인생, 한 인간의 생명보다 대단하단 말입니까?

우리가 보기에도 너무도 아름답지만

하느님 보시기에는 더 아름다운 그 어린 아이를

욕망이라는 것이 도대체 뭐기에 그렇게 파괴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 시대는 진정 그 하찮은 욕망 때문에 하느님의 선들을 파괴하고 있고,

그 욕망이 너무도 도저하여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그렇습니까?

이 욕망의 군림을 우리는 도저히 막을 수 없습니까?

패배주의자로 우리는 지켜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는 이렇게 권고합니다.

“사람은 육체를 통해서 죄를 짓게 되는데 누구나 육체를 다스릴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기 지배하에 넘겨진 그러한 원수를 항상 손아귀에 집어넣고,

슬기롭게 자신을 지키는 그런 종은 복됩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또한 소유의 시대, 소유욕의 시대입니다.

그런데 욕망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소유의 문제가 한 번도 중요하지 않은 적이 없었지요.

그럼에도 우리 시대를 소유의 시대라고 하는 이유는

무소유가 더 이상 미덕이 되지 못하고

소유와 빈곤 사이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고 파괴적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많이 가진 1%에 의해 99%의 사람들이 빈곤으로 몰리고 있고,

덕분에 중산층은 줄어들어 가진 사람 1%와 못 가진 사람 99%만 있을 뿐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 노령 빈곤층, 젊은 실업자가 증가하는데도

대기업은 점점 거대해지고 수익이 늘어납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쥐어짜고 중소기업이 해야 할 것까지 하기 때문이고,

대형 할인 마트가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파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신자유주의의 골리앗인 이 대기업의 횡포에

우리 프란치스칸들이 속수무책, 패배주의적으로 있어서는 아니 되고

우리 무소유의 영성을 확산시켜나갈 뿐 아니라

대기업의 횡포에 힘을 모아 대항을 하고 목소리를 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우리의 소비를 한 번 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 또한 소비주의 문화에 휩쓸리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는 윤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쓸 돈도 없어 주머니를 쥐어짜며 사는데 무슨 소비주의냐고 할 분도 있겠지만

우리의 가난 영성과 달리 새로운 것들이 나오면 그것을 사고 싶어 하고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들은 쓰레기로 만들어버리고 있지 않은지,

편리하고 조금 싸게 살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대형 마트를 주로 이용함으로써

우리는 윤리적인 소비를 팽개치고 있지는 않은지 봐야 할 것입니다.

 

 

이런 뜻에서 저는 가능한 빨리 이 문제와 관련한 프란치스칸 운동을

우리 대전 지역에서 펼치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아주 무거운 얘기를 하였는데

마지막으로 이제는 우리의 관계적 가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하느님의 선과 공동체를 파괴하는 <욕망>에 대해서 봤다면

이제 하느님의 선에 결핍을 느끼는 우리의 <욕심>에 대해서 보는 거지요.

 

 

악이란 없고 선의 결핍일 뿐이라는 것이 우리 프란치스칸의 주장입니다.

그런데 이 선의 결핍이 하느님께서 존재들을 결핍되게 만드셔서,

곧 부족하게 만드셔서 결핍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결핍으로 느끼기에 결핍된 것입니다.

결핍은 욕구의 불만이고, 욕망의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삼라만상을 창조하신 다음 “좋다!”고 하셨습니다.

이를 두고 지혜서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만드신 것을 하나도 혐오하지 않으십니다.

당신께서 지어 내신 것을 싫어하실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뜻하시는 대로 만드실 수 있고 그래서 뜻하시는 대로 만드신 분이

싫어하는 것을 만드실 수 없다는 얘기지요.

 

 

우리 인간은 원하는 대로 만들지 못해 불만입니다.

까다로운 도공,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려는 도공은

자기가 만든 도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깨버립니다.

자기가 원하는 최고가 있는데 능력은 거기에 못 미치기에 벌어지는 일이지요.

그러나 하느님은 원하는 대로 만드실 수 있는 능력의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싫어하시는 것을 만드셨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 좋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좋다!”고 하지 않고 “좋겠다.”고 합니다.

“좋겠다.”는 말은 “어찌어찌하면 좋겠다.”의 준말입니다.

이랬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이 담겨 있는 말입니다.

 

 

저는 결혼을 안 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못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저는 재물에 대한 욕심은 비교적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에 대한 욕심, 공동체에 대한 욕심이 아주 많습니다.

저에 대해서건 형제들에게 대해서건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우리 공동체가 이 정도면 좋다고 생각지 않고

끊임없이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좋게 얘기하면 이상주의자이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불만주의자입니다.

 

 

이랬으면 좋겠다고 함으로써 우리는 끊임없이

<이미 이런 것>을 나쁜 것으로 만드는 불만주의자들입니다.

 

 

이미 이런 남편, 더 이상 바뀌지 않을 남편을 이랬으면 좋겠다고 함으로,

이미 이런 형제, 더 이상 바뀌기 어려운 사람을 바뀌기를 바람으로

하느님 보시기에 좋게 만드신 선을 악으로 만듭니다.

 

 

그러므로 우리 프란치스칸들은 우리 사부 프란치스코를 본받아

욕심을 가난하게 함으로서 불만주의자에서 만족주의자가 되도록 합시다.

지금의 내 남편, 내 아내, 내 형제를 이랬으면 좋겠다고 불만하지 말고,

이대로 참 좋다고 만족하도록 합시다.

 

 

그런 뜻에 이런 선언을 하며 오늘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이들에게는 악이란 없다!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이들에게는 안 좋은 것, 나쁜 것이 없다!

참 좋다, 다--------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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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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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세실리아 2012.10.04 23:29:04
    참 기쁨과 아름다운 찬미 ,미사 얼마나 기쁘고 감사 한지요
    욕망,쾌락과 비교 할 수없는 하느님께 진리,영안에서 드리는 미사
    눈물속에 큰 평화 감가드립니다.
  • ?
    홈페이지 아가다 2012.10.04 11:17:01
    복음적 가난을 몸소 실행하시고 , 모든 것을 사랑하신
    우리 사부 성 프란치스코를 모시니 좋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제 사부님 추도식에 눈물이 흐른 것은
    우리 사부님을 존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홈페이지 김레오나르도김찬선 2012.10.04 06:03:14
    프란치스코의 대축일을 맞이하여, 모든 프란치스칸들과 프란치스코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축하드리고, 지금까지 저희 삶에 동반해 주심에 이 날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오늘 말씀 나누기는 이곳 대전 지역 프란치스칸들과 함께 드릴 미사의 강론이기에 길고 조금 무겁기도 합니다. 손질을 하려다가 그냥 그대로 나눕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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