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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부활 7주 수요일-이런 주책바가지는 괜찮겠지요?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May 1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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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신 아버지, 저는 이들과 함께 있는 동안,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름으로 이들을 지켰습니다.”

    

저희 수도회는 작은 형제회의 정신에 따라

공동체 책임자를 원장Superior이라 하지 않고 수호자Guardian라고 부릅니다.

공동체를 수호하고, 형제들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수련장이면서 동시에 수호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주님 말씀을 묵상하며 수호의 의미를 새겨보고자 합니다.

 

창세기를 보면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뒤

하느님으로부터 동생이 어디에 있는지 추궁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때 카인은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카인은 모르지 않지요.

모르는 척하고 싶은 거고, 자기와 상관없다고 잡아떼는 거지요.

 

그런데 제가 카인의 얘기를 하는 이유는 한 때 제가

똑 같은 생각을 하고 똑 같은 소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종신서원을 한 다음 내내 책임자를 했습니다.

그러다 사춘기가 아니라 사추기가 살짝 왔을 때

왜 나만 이렇게 책임을 크게 느끼고 살아야 하고

내내 책임자로 살아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수도원 회의를 통해 무엇을 같이 결정하였음에도

다른 형제들은 지키지 않고 저만 지킨다고 생각이 들 때,

집안일이 많은데도 형제들이 자기소임만 신경 쓰고 집안일에는 무관심할 때

내가 뭐 집 지키는 똥개인가, 나만 집을 지키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지요.

물론 저희 형제들이 그런 것이 아니고 제가 그렇게 생각한 것이지요.

 

한 집의 어머니들도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

남편은 일에 빠져 아이들 문제나 집안일에 신경을 쓰지 않고,

아이들은 컸다고 밖으로 나돌기만 하여 혼자 집을 지킬 때 말입니다.

 

그때 만일 주님께서 남편과 아이들 어디 있냐고 물으시면 자매님들도

카인처럼 “모릅니다. 물어도 얘기도 않고 나다니는 것들,

제가 그들을 지키는 사람이라도 됩니까?”하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지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의 역할은 그저 똥개처럼 집을 잘 지키는 게 아니고,

율법학자들처럼 자기도 법을 잘 지키고 남도 잘 지키게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족을 살리는 살림을 함으로써 가족의 행복을 지켜주는 것이며,

“이들이 속으로 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게 하려는 것입니다.”하고

말씀하시는 주님처럼 주님의 기쁨으로 충만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의 수호자 역할로 말하면 형제들이 결정 사항을 잘 지키고,

집안의 여러 가지 소임을 잘 그리고 충실히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들의 내면이 주님의 기쁨으로 가득 차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행복하고

내가 먼저 주님의 기쁨으로 충만해야겠지요.

 

어제는 다음 주에 뛰게 될 마라톤 연습을 위해 유등천을 달렸는데

날씨가 좋아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놀러 나왔습니다.

반환점을 돌아오는데 그때 어떤 젊은 부부가 제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기에

멈춰 서서 들으니 예수를 믿으라는 것이었습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예수야, 주책이 없구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이내, 젊은 부부가 산책도 하고 전도도 하는 게 기특하게 생각되었고,

더 나아가, 내가 해야 할 것이 저것이구나 하는 깨달음도 주었습니다.

 

얼마나 예수님으로 충만하면 산책을 하면서도 예수 생각이고,

좀 주책없다 싶지만 얼마나 예수님으로 인해 기쁨과 행복이 넘치면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도 눈치 보지 않고 예수님을 믿으라고 합니까?

 

이런 주책바가지는 괜찮다 싶고,

저도 이런 주책바가지는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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