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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연중 4주 목요일-떠남과 머묾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Feb 0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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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오늘 복음은 복음 선포를 위해 열 두 제자를 파견하시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당신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제자들도 한 곳에 머물지 말고 계속 떠나라고 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그 고장에 들어가면 한 집에 머물라 하십니다.

 

그러니까 고장과 관련해서는 한 고장에 머물지 말라고 하시지만

한 고장에 들어가고 나면 이집 저집 옮겨 다니지 말라 하십니다.

 

우리 교회 안에는 두 가지 서로 반대되는 전통과 영성이 있습니다.

모세의 전통과 다윗의 전통.

탁발 영성과 정주 영성.

떠남과 머묾.

 

이는 마치 수레바퀴와 같아서 다르지만 둘 다 있어야

교회가 제대로 굴러가고 교회가 온전하고 완전합니다.

 

우리 교회가 안주하기 시작하면 고인 물이 썩듯

교회 안에 선교 정신이 약해지고 활력이 떨어지게 될 터인데

이때 모세와 그 백성들이 가나안을 향한 순례를 일생 하였듯이

우리 교회도 복음 선포를 위한 여정을 끊임없이 떠나야 하고,

모세와 백성들이 순례할 때 구름기둥의 인도를 받았듯이

우리 교회도 성령의 인도를 받아 이 여정을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여정을 떠나게 하는 것이 바로 탁발영성입니다.

 

그런데 안정이 안주가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 탁발영성이라면

표류하는 교회를 안정케 하는 것이 바로 정주영성입니다.

다시 말해서 교회가 시류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안정을 얻으려면

교회의 좋은 전통과 제도와 법에 충실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주영성입니다.

 

그런데 교회가 이 두 영성을 조화롭게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수도자들이 이 영성을 잘 살아가야 하는데

수도자들 안에서도 그렇지 못한 모습을 종종 봅니다.

 

수도회 안에서 인사이동 때가 되면

상반되는 안 좋은 모습 두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수도자는 있던 곳에서 떠나지 않으려고 하고,

어떤 수도자는 3년도 못 참고 있던 곳에서 떠날 궁리만 합니다.

 

왜 떠나려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하고 있는 소임이 내가 좋아하는 소임이고,

지금 살고 있는 공동체가 좋은 공동체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애착을 하고 주님께서 원하시는 다른 복음 선포를 마다합니다.

 

왜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떠나려 하겠습니까?

지금의 소임과 지금의 공동체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데,

다르게 얘기하면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복음에서 고장을 떠나라는 것은

애착이나 안주를 하지 말고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상으로 나가라는 것이고,

이집 저집 떠돌지 말고 한 집에 머물라는 것은

소임이나 같이 사는 사람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떠나려 하지 말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천국이려니 하며 진득하니 살라는 것입니다.

 

어디서나 천국을 살 수 있고 그래서 나를 위해서는 어디도 좋지만

세상을 위해서 그리고 복음 선포를 위해서

주님께서 파견하실 때는 언제고 떠날 수 있어야

오늘 복음에서 빈손으로 떠나는 주님의 제자들처럼

진정 나는 아무 것도 나의 것으로 소유하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나를 위해서는 어디건 좋고,

복음 선포를 위해서라면 어디건 떠나는 참 복음의 사람.

내가 이런 사람이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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