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사랑이시다.’라고도 하고
‘하느님은 삼위일체이시다.’라고도 합니다.
두 말은 그런데 다른 말이 아니고 같은 말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삼위일체이시고,
삼위일체로 사랑하신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며 삼위일체 신학을 공부할 필요는 없습니다.
삼위일체 대축일을 지내면서는 삼위일체의 사랑을 묵상함으로써
삼위일체의 사랑을 하는 법을 배우고 할 힘을 얻으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삼위일체의 사랑을 먼저 묵상하는데
하느님께서는 삼위일체로서 서로 사랑하시고
삼위일체로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성자에 대한 성부의 사랑이 성령이시고,
성부에 대한 성자의 사랑이 성령이시니
성령은 성부와 성자간의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고 성부와 성자도 서로 사랑하시는데
성부와 성자가 성령으로 서로 사랑하시듯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실 때도 성부와 성자께서는
하느님의 사랑이며 사랑의 영이신 성령으로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이에 대해 오늘 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자녀로 삼도록 해 주시는 영을 받았습니다.
이 성령의 힘으로 우리가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으로 먼저
당신의 말씀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이 성자께서는 하느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셨고
특히 겟세마니에서 기도하실 때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주실 때 하느님을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처럼 아버지의 온전한 아들이 되지 못하면
예수 그리스도처럼 아버지를 온전히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성자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고 선포되듯
세례를 받은 우리도 성령으로 인해서 하느님의 사랑받는 아들이 되고,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여기서 바오로 사도의 다음 말씀에 유의를 해야 합니다.
“성령께서 몸소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우리의 영에게 증언해 주십니다.”
<성령께서 몸소 우리의 영에게>라는 표현을 사도는 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성령께서 증언하시고 알게 하시는 것은
우리의 영에게 하신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프란치스코가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말라”고 얘기하듯
우리가 만일 우리의 영을 꺼버린다면
우리는 그 증언을 듣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다음으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자녀이면 상속자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공동 상속자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영광을 누리려면 그리스도와 함께 수난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와 더불어 받을 상속과 영광은 무엇일까요?
영원한 생명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미움 안에서 영원히 사는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상속이 되고 영광이 돼서는 안 되겠지요.
그러므로 우리가 받아야 할 상속과 영광은
삼위일체의 하느님 사랑에 영원히 참여하는 상속과 영광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참여하려면 지금의 인간적인 사랑으로는 불가하고
그리스도와 같은 사랑의 수난, 곧 Passio를 겪어야만 할 것입니다.
무화, 비허의 사랑이라야 삼위일체의 사랑이기 때문이니
삼위일체 축일을 지내며 이런 사랑을 하기로 다시 마음먹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