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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다음 토요일-역심(逆心)

by 당쇠 posted Feb 2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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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역심(逆心) 같은 것이 있습니다.
청개구리 심보라는 것은 아니고요.

아주 교만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를 헐값에 팔아넘기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한데
예를 들면
신문에서 어떤 영화에 대해 좋게 평하고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보아도
그까지 것 보러 나같이 귀한 사람이 행차하지 않는다고 하거나
무엇이 유행이어도 애써 또는 실제로 무관심합니다.
나는 그런 것에 따라 가지 않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다 제가 아는 봉화 댁이 봉화가 무대인 ‘워낭소리’라는
영화를 보러 서울에 오셔서 같이 보자고 표를 사놓는 바람에
적선하는 마음으로 그 영화를 보았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봐서 그런 것도 있지만
이 영화는 聖事적인 영화였습니다.
逆心 때문에 안 봤으면 손해 볼 뻔하였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교만하기는 하지만 좋은 면의 역심도 제게 있습니다.
나를 필요로 한다면 다른 사람 아무도 찾아보지 않아도
나는 찾아가보겠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교만하기는 하지만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가끔 이런 역심이 필요합니다.
하는 짓이 고약하지만,
죄를 지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내가 더 필요하다는 사랑의 역심 말입니다.
예전에 가끔 신문에 나오는 얘기,
어느 아가씨가 옥중 죄수와 결혼했다는 얘기가 있지요.
그 죄수는 그녀가 사귀던 사람이 아니라
그의 기구한 인생 사연을 신문이나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듣고 알게 된 사람일 뿐입니다.
그녀는 그런 사람에게 자기가 필요하다면 스스로 찾아가 결혼합니다.

저도 그런 적이 있지요.
영화 제목도 생각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본 영화 같은데,
부자 집 도련님이 가난 때문에 몸을 파는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게 되고
집안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결혼한다는 영화를 보고는
너무 감동하여 저도 그런 사랑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수사님을 가르치는 청원장 때도 그런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똑 같이 가르치는데도
어떤 형제는 말을 잘 듣지만
어떤 형제는 너무 제 말을 안 듣는 것입니다.
그 형제가 밉기도 하고
‘이렇게 말을 안 들으면 자기 손해지!’ 하고
아예 포기해버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어느 날도
그런 마음으로 잠든 그 형제의 방을 보고 있는데
마음속에서 오늘 복음 말씀이 조금 변형되어 올라오는 것이었습니다.
‘한 마디만 해도 척척 잘하면 스승이 필요 없지!’
‘스승이 필요 없는 사람에게는 스승의 존재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가장 말썽꾸러기가 스승의 "Raison d'e tre(존재이유)"이지요.
병자에게 의사가 가장 필요하고
공부 못하는 사람에게 스승이 가장 필요합니다.

사랑의 역심이 필요한 요즘입니다.
북한 선교를 위해 일하는 저는 이런 이유로
북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역설하고 다닙니다.
회개할 줄 모르기에 북한 지도자들을 위해 더 기도해야 한다고.
이런 북한 지도자 밑에서 고생하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서
북한 복음화를 위해 더 기도해야 한다고.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그래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무엇 하러 기도하고
그런 사람들에게 왜 퍼 주냐고 하지만
그리스도의 이 역설적 사랑을 믿고 따르는 우리들은
그러니까 더 기도해야 하고
더 사랑을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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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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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9.02.28 14:15:10
    죄인을 부르러 오시고,
    아픈이에게 의사가 필요하고....

    거꾸로 사는삶이, 그리스도 십자가의 삶입니다.
  • ?
    홈페이지 쥬라블 2009.02.28 14:15:10
    많은 행정이 비슷한 이곳 러시아에서 중요한 것을 자꾸 잃어가는 사랑의 역심이 부족한 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귀한 말씀 듣고 다시 다짐해 보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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