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마중물 2008.05.11 06:36

순영이처럼...

조회 수 1604 추천 수 0 댓글 3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수정 삭제

No Attached Image

언젠가 굿뉴스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올라왔다.

"이봐요! 아직 개시도 못했으니까, 다음에 와요!"

너절한 행색에 냄새마저 나는 부녀가 식당으로 들어왔다.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는 주인의 말에 머뭇거리다가
앞을 보지 못하는 아빠의 손을 이끌고
음식점 중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주인은 그때서야 그들이 구걸을 하러 온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저어, 아저씨! 순대국 두 그릇 주세요."

주인은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돈을 못 받을지도 모른는 그들에게 음식을 내준다는 게
왠지 꺼림칙했다.
계산대에 앉아 있던 주인은 손짓을 하며 아이를 불렀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수가 없구나.
거긴 예약 손님들이 앉을 자리라서 말이야."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거든요."

주눅 든 아이는 잔뜩 움츠린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다 말고
여기저기 주머니를 뒤졌다.
그리고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보였다.

"알았다. 그럼 저쪽 끝으로 가서 앉아. 빨리 먹고 나가야 한다."

화장실이 바로 보이는 맨 끝자리로 옮긴 부녀에게
순대국 두 그릇이 나왔다.

"아빠가 제일 좋아하는 순대국이야.
아빠, 내가 소금 넣어줄께. 잠깐만 기다려."

아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으로 수저를 가져갔다.
그리고는 국밥 속에 들어 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 주었다.
그리고 나서 소금으로 간을 맞췄다.

"순영이 너도 어서 먹어라. 어제 저녁도 못 먹었잖아."

"나만 못 먹었나뭐, 근데 아저씨가 우리 빨리 먹고 가야 한댔어.
어서 밥떠, 아빠, 내가 김치 올려줄게."

아빠는 조금씩 손을 떨면서 국밥 한 수저를 떴다.
수저를 들고 있는 아빠의 두 눈 가득히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밥을 다 먹은 아이는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넉 장과
동전 한 움큼을 내놓았다.
주인은 도저히 돈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아이의 정성을 봐서
재료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는 핑게를 대며 이천 원만 받았다.
그리고 사탕 한 움큼을 아이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

오늘은 성령강림 대축일이다.
우리 교회의 창립일이자 생일날이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생일을 맞이한 순영이 아빠의 모습이
우리 교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외형적으로 우리 교회는
순영이 아빠와는 달리 아주 화려해 보이지만
내면적으로 볼 때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장님과 다름없는 그런 모습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왠지 가슴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순영이 같은 마음을 지닌 착한 영혼들이 너무도 많이 있다.
이들이 오늘 아빠인 교회를 위해 생일상을 준비하고
온 맘으로 축하를 드리려 한다고 생각된다.

교회는 바로 이러한 영혼들을 필요로 한다.
비록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런 모습으로 비틀거린다 하더라도
순영이 같은 영혼들이 이 교회의 삶을 아름답게 비추어 줌으로써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래서 이렇게 기도하고 싶다:

오소서 성령님!
우리 신자들 한 사람 한 사람 위에 내리소서.
무엇보다도 순영이 같은 마음의 소유자가 될 수 있게
따뜻한 마음을 주소서.
이상한 언어를 해석하는 능력보다는
따뜻한 말을 전할 줄 아는 능력을,
치유의 능력보다는
영육으로 병든 영혼을 감싸 안을 줄 아는 능력을,
화려한 열광으로 기도하기보다는
조용히 당신 말씀을 음미하며 기도할 줄 아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하여
앞을 보지 못하는 우리 교회를
순영이처럼 우리 신자들이 잘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도우소서.
교회가 그 때문에 감동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참된 회개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하소서.
무엇보다
일치와 친교의 영을 내리소서.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며
형제자매로서의 정을 만끽할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주소서.

오늘 로마에서 우리 프란치스칸 가족 형제자매들이
함께 모여 성령강림대축일을 지낸다.
성령을 우리 수도가족의 실질적인 총장으로 모시는
우리 형제자매들이
바로 순영이 같은 맘으로 교회의 탄일을 경축한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프로포즈 2012.04.03 12:36:30
    박리다매 후리소매의 개념이 아닌 하느님의 사랑을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순영이와 같은 형제*자매들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지얼정 그네들로 인하여 우리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생각해 볼 것 입니다...
    관구장님 화이팅!!!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12.04.03 12:36:30
    "오소서 성령님!"
    순영이 같은
    따뜻하고, 사랑스런 마음을 주옵소서!!
    Grazie!!!
  • ?
    홈페이지 쥬라블 2012.04.03 12:36:30
    (순)수하고 (영)특 하네요.
    아빠에게 받은 사랑이 크기에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랑의 센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2Sep

    연중 23주 수요일-완료형의 행복은 불행이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 것이다.”   아시다시피 루카복음의 행복선언은 마태오복음의 것과 같으면서도 다릅니다. 어떤 것이 주님의 행복선언에 더 가까운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금 성서학 공부를 하자는 것이 아니니 루카복음...
    Date2018.09.12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473
    Read More
  2. No Image 11Sep

    연중 23주 화요일-열일 제쳐놓고

    몇 년 전부터 저는 화살기도를 많이 강조합니다. 그것은 종종 기도를 잘한다거나 많이 한다고 젠체하는 것에 대한 은근히 부정적인 시각이랄까 반감의 표시로 그러할 때도 있지만 진정 영적인 의미로 화살기도가 좋은 기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
    Date2018.09.11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806
    Read More
  3. No Image 10Sep

    연중 23주 월요일-멋대가리도 맛대가리로 없는 사람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고 새 반죽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누룩 없는 빵입니다. 우리의 파스카 양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묵은 누룩, 곧 악의와 사악이라는 누룩이 아니라, 순결과 진실이라는 누룩 없는 빵을 가지고 축제를 지...
    Date2018.09.10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2 Views1808
    Read More
  4. No Image 09Sep

    2018년 9월 9일 연중 23주일 -터키 에페소 기도의 집

    2018년 9월 9일 연중 23주일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말씀하신 ‘에파타! 곧 열려라’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내면을 일깨우는 소리이기도 합니다.  잠자는 우리의 내면의 영적인 감성을 일깨우는 이 메시지는  가슴에서 나오는 사랑의 목소리를 듣게 ...
    Date2018.09.09 Category말씀나누기 By고도미니코 Reply0 Views498
    Read More
  5. No Image 09Sep

    연중 제 23주일 복음 나눔 -관심이라는 이름의 기적-

    T. 평화를 빕니다.     전 10년전에 수도자 신학원을 다녔습니다. 어떤때는 제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특별이 관심이 가지 않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발걸음이 그렇게 바쁘지도 않았고, 수업을 들을 때도 제 눈은 교수님께 집중하지 않았고 들을 때...
    Date2018.09.09 Category말씀나누기 By일어나는불꽃 Reply0 Views531
    Read More
  6. No Image 09Sep

    연중 제 23 주일-열려 있고 열어주는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을 떠나 시돈을 거쳐 갈릴래아 호수로 돌아오셨다.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오늘 독서인 야고보서는 그리스도를 믿는다면서 차별하면 안 된다고 하며...
    Date2018.09.09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4 Views1338
    Read More
  7. No Image 08Sep

    복되신 동정 마리아 탄생 축일-같지만 똑같지 않은.

    “하느님께서는 미리 뽑으신 이들을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아드님께서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가 되게 하셨습니다. 그렇게 미리 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
    Date2018.09.08 Category말씀나누기 By김레오나르도 Reply1 Views1340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648 649 650 651 652 653 654 655 656 657 ... 1289 Next ›
/ 1289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