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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 6주일-사랑의 약속인 성령

by 당쇠 posted Apr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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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자식을 두고 떠나는 부모와 같이
제자들을 두고 하늘로 오르시는 주님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헤어질 때 우리는 두 가지를 합니다.
내가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너는 이렇게 하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러나 모든 헤어짐이 다 이런 것은 아닙니다.
사랑이 없는 만남이었기에
헤어짐이 공간적인 떨어짐 이상의
그 어떤 것도 아닌 경우에는 어떤 약속도 부탁도 없겠지요.
이런 만남과 헤어짐은 헤어지는 즉시 모든 것이 끊어지지요.
연락이 끊기고

관심도 끊깁니다.
남는 것도 없습니다.
기억마저도 사라지고
愛는 물론 憎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니 좋던 나쁘던 뭔가 남아있다는 것은
사랑의 관계였다는 표시겠지요.

반면 정말 사랑하는 관계는
헤어져도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이어갑니다.
연락처를 남깁니다.
추억을 쌓고 기억을 남깁니다.
사진을 남기고
추억의 장소를 남기고
유언이나 사랑의 말을 남기고
둘 사이의 정표와 사랑의 표지를 남깁니다.
그 사랑의 표지가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아이일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관계는
떨어져 있어도 결코 떨어져 있지 않다는 강한 믿음이 있습니다.
여기서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현존을 가능케 합니다.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였다지요.
너무도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날 수 없었고
그래서 육체적으로, 물리적으로는 헤어졌지만
영혼이 늘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물렀다는 것이지요.
살아있을 때는 시간과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을 때가 있었는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니 오히려 늘 함께 있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 세상을 떠나도 그 영혼이 사랑하는 사람 곁을 떠나지 않듯
사랑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아도 그 영혼의 현존을 민감하게 느낍니다.
그것은 자식을 군에 보내고 몹시 보고픈 어미가
잠결에도 아들의 기척을 즉시 알아채고
사랑하는 사람을 외국에 보낸 이가 스치는 바람과 전화 소리에도
귀신같이 연인의 내방을 알아채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제자들을 떠나며 거듭거듭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 다른 보호자,
곧 성령을 너희에게 보내시어
영원히 너희와 함께 있도록 하실 것이라 하시고,
너희를 고아로 버려두지 않고 당신이 다시 오겠다 하시며,
그리고 성령께서 오시면 그날, 너희가 내 안에 있으며,
내가 너희 안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고,
성령과 당신 안에서 성부께서도 너희와 함께 계심을
깨닫게 될 것이라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해서 주님께서 제자들을 떠나시지만
하느님께서는 성 삼위적으로 제자들과 함께 계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러시면서 제자들에게 오금을 박습니다.
세상은 성령을 몰라도 너희는 안다고 오금을 박으시고,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 계명을 지킬 것이라고 오금을 박으십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사랑하는 사랑이 첫 번째로 갖추어야 할 능력이 바로
성령의 존재를 알아 뵙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랑만이 사랑을 알아 뵙고
사랑만이 사랑을 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주님께서 보내신 성령을 사랑으로 알아보고
주님께서 보내신 성령을 사랑으로 받아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보내는 선물을
몰라보고 거절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몰라본다면 사랑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런데 떠나시면서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주님의 가장 귀중한 선물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두 번째로 사랑하는 사람은 애인이 원하는 것을 계명으로 받듭니다.
주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님의 계명은 강제조항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스스로 받드는 사랑의 지침입니다.
주님께 대한 사랑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주일 미사가 계명이 되지만
주님을 너무도 사랑하는 사람은
평일 미사도 빠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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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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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수선화 2008.04.27 19:33:03
    눈에 보이는 작은 선물에도 감탄을 자아내며 기뻐합니다.
    그러나 주님의 가장 귀중한 선물들을 몰라보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합니다.
    도처에 널려 있는 그 선물들을 그저 열어보기만 하면
    그 속에는
    이 세상에 없는 가장 예쁘고, 아름답고, 값진 것들이 가득 들어있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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