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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12주 수요일-겉이 아니라 속을

by 당쇠 posted Jun 2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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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보면 참으로 어리석고 부끄러웠던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은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은 아니고
더 지나고 나면 그때도 또 지금을 생각하며 부끄러워하겠지만
아무튼 지금 볼 때 어리석은 짓,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하였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도 저를 어려워할 정도로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학급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인데
말 않던 제가 한 마디 하니까 그대로 결정이 나버릴 정도로
그렇게 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안 한 이유가
참으로 어리석고도 부끄러운 것입니다.
말실수를 하지 않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였고,
그것은 또
다른 사람들이 저를 얕잡아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말실수를 하지 않았는지는 몰라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데는 실패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속의 감정을 숨기지를 못합니다.
화가 나 있으면 그 화가 그대로 얼굴로 드러나고,
싫으면 싫은 것이 그대로 얼굴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얼굴로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너무 난처하고 민망하여
속으로는 죽일 놈 살릴 놈 하면서도
겉으로는 허허 웃으며 악수하는 정치인들이 부러울 정도였고,
지금은 말 않고 억지로 있느니 숫제 말로 표현해버립니다.

사실 과거에는 속내를 감추지 못함을
저의 약점 또는 나쁜 점으로만 생각하였는데
지금은 꼭 그렇게만 생각지는 않습니다.
속내를 감추거나 겉꾸밈을 할 수 없으니
이제 겉포장을 하는데 애쓰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속내를 옳게 가져가는 쪽으로 애를 쓰게 된 점은 좋은 점이지요.
미움을 감추는 것이 불가능하니 미움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화를 내지 않아도 눈으로 말을 하니 화가 나지 않도록 저를 다스립니다.
그러니 속내를 감출 수 없음이 영적으로는 오히려 다행입니다.
쉽지 않은 것이지만 존재를 내적으로 가꾸고
근본적으로 바꾸는 쪽으로 노력을 하게하니 말입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고려 때 지눌 선사가 말씀하셨습니다.
牛飮水 成乳,
蛇飮水 成毒.
소는 물을 먹어서 젖을 내고
뱀은 물을 먹어서 독을 냅니다.
같은 물을 먹는데 소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젖을 내고
같은 물을 먹어 뱀은 사람을 해치는 독을 냅니다.
존재가 바뀌지 않는 한
그 존재에게서 다른 것이 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주님의 말씀처럼 열매를 보면 그 존재를 알 수 있습니다.
가시나무에서 장미가 도저히 꽃 피울 수 없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숨기려 애쓰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 나의 존재를 직시하고
존재가 내면으로부터 근본적으로 바뀌게 해야 합니다.
뱀과 같은 존재에서 소와 같은 존재로 바뀌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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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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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당쇠 2008.06.28 05:59:05
    뭉게구름님한테 좋은 표현 하나 배웠습니다.
    생선 싼 종이에서 비린내가 난다. 아주 좋은 비유를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8.06.28 05:59:05
    생선 싼 종이에서 비린내가 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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