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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자헌 축일-우리가 가야할 곳은 초심이 아니라 완성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Nov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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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축일의 우리말 이름이 '자헌'이기에 성모님이 봉헌되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봉헌하신 것처럼 이해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전승적인 차원에서 보면 세 살 때 부모가 봉헌하신 것이지요.

그런데도 오늘 축일의 의미를 성모님이 스스로 자신을 봉헌하신

그런 의미로 이해해야 하는데 그것은 부모가 봉헌했지만,

마리아가 그 봉헌을 뒤집지는 않으셨을 테니 말입니다.

 

인간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의 경우 부모가 대신 결정하는 일이 많고,

그렇게 결정된 것을 미성숙한 자식은 내 결정이 아니라며

그 결정을 뒤집거나 불성실하게 따르는 경우가 많지요.

 

그러나 성숙한 사람은 자기가 미성년일 때 부모가 결정한 것을 어른이

되어도 뒤집지 않고 성숙하게 다시 받아들여 자기의 결정이 되게 하지요.

 

그런데 인간적으로만 성숙해도 이러한데 영적으로 성숙한 성모님은

더욱더 부모의 봉헌을 따라 자신을 재봉헌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축일의 의미를 두 가지로 보면 좋을 것입니다.

하나는 이른 봉헌이고 다른 하나는 재봉헌입니다.

 

그렇습니다.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성숙할수록 일찍 자신을 봉헌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성녀 소화 데레사의 경우 언니들이 수녀원에 들어간 영향도

있었겠지만 아주 어린 나이부터 자신을 봉헌하고픈 열망이 있었지요.

 

가끔 저에게 성소 문의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너무 안타깝게도 늦은 나이에 수도원에 들어오고 싶어 합니다.

 

이들 중에는 결정장애가 있어서 그런 분도 있지만

대부분은 늦게야 자신을 봉헌할 마음이 생긴 분들이고,

뒤집어 얘기하면 늦게야 봉헌의 의미를 찾은 분들입니다.

그러면 그전에는 어땠던 겁니까?

 

자신의 봉헌이 아니라 자신의 실현에 의미를 뒀겠지요.

프란치스코가 젊은 시절 기사가 되고자 했던 것처럼.

 

실상 하느님을 모르고 그래서 하느님을 사랑하기 전에는

누구나 자기의 실현이 삶의 의미이기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봉헌이란 영적 성숙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랑의 문제인 것입니다.

 

다음으로 재봉헌의 의미를 보겠습니다.

재봉헌이란 봉헌이 한 번으로 그칠 수 없고,

끊임없이 갱신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 번의 봉헌으로 봉헌이 완성될 수 없기에

재봉헌을 통해 완성을 이루어가는 뜻입니다.

 

우리는 종종 어렸을 때의 마음 또는 초심을 잃고

마치 토했던 것을 다시 먹듯 과거로 돌아가곤 하기에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마음의 갱신을 하곤 하지요.

 

이처럼 갱신이 초심 또는 과거로 돌아가는 면이 있다면

완성은 초심을 잃는 것을 두려워서가 아니라

더 완전한 봉헌을 위해 끊임없이 나아감의 뜻이 큽니다.

 

사랑으로 치면 풋사랑인 첫사랑 또는 처음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더 완전한 사랑으로 사랑이 성숙해가는 것이지요.

 

우리는 종종 초심이나 첫사랑 같은 것에 향수와 같은 것이 있고

그래서 그리로 돌아가고 싶거나 돌아가야 한다는 마음도 있는데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초심이 아니라 완성이지요.

 

초심에 순수한 면은 있지만, 초심이 완전한 것은 아니니

공연히 초심과 첫사랑에 대한 패배주의적 향수 때문에

완성을 위한 열망을 꺾지 않는 오늘 우리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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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1.21 07:27:37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1.21 07:26:56
    19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누구의 엄마가 될 것인가?)
    http://www.ofmkorea.org/290032

    18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봉헌될 뿐 아니라 봉헌하는)
    http://www.ofmkorea.org/166563

    17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봉헌되지 말고 봉헌하는)
    http://www.ofmkorea.org/114334

    16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채비된 순종)
    http://www.ofmkorea.org/95747

    15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위로의 봉헌, 아래로의 봉헌)
    http://www.ofmkorea.org/84482

    14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희생을 봉헌하는 사랑)
    http://www.ofmkorea.org/72208

    12년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기도를 모두 모아)
    http://www.ofmkorea.org/4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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