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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4주 금요일-알다가도 모를 주님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Mar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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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우리는 요한 복음을 7장을 읽는데

7장은 예수님께서 드디어 예루살렘에 등장하면서

예수의 정체에 대해서 예루살렘들 전체가 설왕설래하자

유다의 지도자들이 예수를 잡아들이려고 하고 그래서

예수께서 점차 죽음에로 다가가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복음은 앞부분으로서 <안다. 모른다.>의 구조입니다.

"나를 보내신 분은 참되신데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한다. 나는 그분을 안다.

내가 그분에게서 왔고 그분께서 나를 보내셨기 때문이다."

 

예루살렘 사람들은 하느님에 대해서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정체에 대해서는 알쏭달쏭이라고나 할까요?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고 그야말로 알다가도 모를 분입니다.

 

메시아라면 어디서 오시는지 알 수 없는데 갈릴래아에서 오신 것을 알고

있으니 메시아라고 할 수 없지만

예수께서 하신 일이나 말씀을 보면 메시아신 것 같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예루살렘 사람들 뿐 아닙니다.

우리 인간은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존잽니다.

세상사에 대해서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있지만

하느님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우리들입니다.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자기의 모름을 인정하고 하느님을 알기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알게 해달다고 계시의 은총을 청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신비를 열어보이십니다.

그것은 안다는 사람과 똑똑하다는 사람에게는 감추시고

철부지 어린이에게 보이신다는 바로 그 신비입니다.

 

신비라는 것은 하느님의 비밀이기에 우리가 아무리 알려고 해도

하느님이 알게 해주시지 않는 한 다 알 수 없고 그래서

모르는 거지만 겸손하게 청하면 열어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신비를 조금 알게 되었다고 해서 하느님을 다 아는 것이냐 하면

그렇지 않고 하느님은 여전히 다 알 수 없는 분이고 그래서 우리로서는

여전히 다 알 수 없음을 인정하고 보여주신 신비만으로도 충분해 합니다.

 

그런데 이런 겸손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있습니다.

교만한 사람들은 하느님을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고 청하지도 않습니다.

 

오늘 지혜서에서 하느님이 자기 아버지라고 자랑하니

한 번 시험해보자고 하는 것처럼 하느님을 시험을 하는데

가장 흔한 것이 바로 하늘의 표징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전에 여러 차례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제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종신 서원을 앞두고 도무지 하느님이 계신지 어쩐지 알 수가 없었고,

영혼의 상태는 너무도 메말라서 이런 상태로 서원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30일 서원 준비 피정 중에 하느님을 뵙지 못하면

아예 서원을 포기해야겠다는 각오로 피정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단식 피정을 하기로 하고 한 10일쯤 단식했을 때

하느님께서 저의 교만을 깨주셨습니다.

 

제가 피정을 하던 집은 형광등이 제멋대로 들어와서 잠 잘 때 머리맡에

늘 초와 성냥을 놓고 잤는데 그 날도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

성냥을 켜려고 하는 순간, 저는 하느님께 표징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곧 제가 성냥을 켜는 것과 동시에 형광등 불이 들어오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고 저는 성냥을 켜던 그 상태로 위아래와

사방에서 오는 엄청난 압도감에 꼼짝 못하고 몇 시간을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리고 날이 밝아지면서 제 몸이 풀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그때 하느님께서 계시의 빛을 저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정면에서 바로 해가 떠오르고 있었는데 그 태양을 보는 순간

저 태양을 놔두고 내가 왜 다른 표징을 요구했나, 저 태양이 하느님의

표징이 아니면 뭔가 하는 깨달음이 왔고 저의 교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저 태양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뜨는데 한 것이 뭐가 있는가?

그러면 나 아닌 다른 인간이 한 것이 있는가?

 

나도 한 것이 없고 다른 사람이 한 것도 없으면 매일 뜨는 저 태양이

바로 하느님의 표징이 아닌가 하는 깨달음이 오면서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하는 고백이 저절로 제 입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지금도 교만한 저이지만 이제는 표징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신비를 조금 보여달라고 계시의 빛을 내려주십사고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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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3.27 06:41:47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03.27 06:41:12
    19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http://www.ofmkorea.org/205430

    18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시련과 시험)
    http://www.ofmkorea.org/119450

    17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온유와 인내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http://www.ofmkorea.org/101016

    16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무관심의 살인)
    http://www.ofmkorea.org/87656

    15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눈을 멀게 하는 악)
    http://www.ofmkorea.org/76147

    14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다 알 수 없는 하느님 감사합니다.)
    http://www.ofmkorea.org/61267

    13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모욕과 고통의 뜻)
    http://www.ofmkorea.org/51988

    12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가랑이 사이로 지나갈지라도)
    http://www.ofmkorea.org/5655

    11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그분을 안다)
    http://www.ofmkorea.org/5031

    09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부러운 사람)
    http://www.ofmkorea.org/2303

    08년 사순 제4주간 금요일
    (하느님의 아들은)
    http://www.ofmkorea.org/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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