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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연중 제19주간 목요일

by 김명겸요한 posted Aug 1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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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먼저 자비를 입었으므로,


 우리도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이 문장에서 나의 눈길이 가는 곳은


 어디인가요?


 ‘우리가 먼저 자비를 입었으므로,’


 이 문장에 눈길이 가기보다는


 ‘우리도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이 문장에 눈길이 가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자비를 이야기 할 때


 용서를 이야기 할 때


 우리에게 먼저 다가오는 것은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용서는 항상 숙제로만 다가옵니다.


 그러나 그 문장에 집중하는만큼


 용서는 쉽지 않다는 것을 매번 경험합니다.


 왜 그럴까요?




 그 답은 이 문장 속에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자비를 입었으므로,’


 이 문장의 시제는 과거입니다.


 ‘우리도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이 문장의 시제는 현재, 혹은 미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자비를 입은 것이


 자비를 베푸는 것보다 먼저 이루어집니다.


 자비를 입어야지


 자비를 베풀 수 있습니다.


 용서 받은 기억이나 경험이 있어야지


 용서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할 일은


 자비를 베푸는 것도


 용서를 베푸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자비를 입은 기억을 떠올리고


 우리가 용서 받은 경험을 찾아야합니다.


 내가 용서받은 기억이 있고


 사랑받은 것이 떠오를 때


 우리도 자연스럽게 남을 용서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고


 그렇게 그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어려움은


 상처 받은 기억들,


 내쳐진 기억들은 생생한데,


 사랑받은 기억들,


 용서받은 기억들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는 말합니다.


 나는 용서받지 못했고 사랑받지 못해서


 내 안에 상처만 남아 있어서


 내가 너를 사랑할 수 없다고.


 이 말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하면서


 ‘아 내가 그래서 사랑하지 못하는구나’라고


 나 자신을 알아보는


 기회로 삼은 것이 아니라,


 ‘내 모습을 네가 인정해’라는 식으로


 상대방에게 내 공을 넘기면서


 나 자신을 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사랑받지 못해서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


 그것이 내가 가지고 있는 부족함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말할 때


 그 사랑 안에는 우리의 부족함도 포함됩니다.


 우리가 남을 사랑하지 못해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우리가 남을 사랑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 안에는 조건이 없습니다.


 그 사랑을 조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나도 나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할 수 있을 때


 남을 사랑하지 못하고


 용서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남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용서해야 한다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지 못할 수 있어라고


 나 자신에게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용서하지 못해도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 사랑 안에는 내가 먼저 무엇을 해야한다는


 조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용서라는 이름으로 남을 먼저 보기보다


 용서해야 한다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용서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


 용서하지 못하는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주시는 하느님의 모습에


 더 집중할 때


 우리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에게 용서와 자비를 베풀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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