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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나누기

연중 30주 화요일-공동체와 형제들이 성장하도록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Oct 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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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겨자씨의 비유를 묵상하면서 저를 돌아보니

지금껏 생각조차 않은 것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동물을 키우는 것보다 식물,

그중에서도 나무를 키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그리고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개를 많이 키우고 그리고 개에게 정을 준 적도 많았지요.

어렸을 때는 물론이고 옛날 성거산에 있을 때 매일 미사 후

무명 순교자 묘소까지 갔다 올 때면 진순이라는 개가

하루도 빠짐 없이 마치 저의 호위무사처럼 그러니까 제 앞을

정확하게 한발 앞서 가며 저를 호위하듯이 동반하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그 개가 제가 관구회의를 갔다 오니 없어졌습니다.

개장수가 산중까지 와서 잡아간 것이 거의 틀림없습니다.

그 진순이를 비롯해서 많은 개가 그렇게 제 옆에 있다 사라졌습니다.

 

그에 비해 제가 성북동 수도원에 심은 나무들,

특히 소나무와 느티나무는 늠름하게 자라 아직도 수도원을 지키고 있고,

감나무는 여전히 많은 열매를 아직도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나무들은 제가 묘목을 사서 심은 것입니다.

그 나무들이 너무도 대견하고 흐뭇한 것이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내가 사서 심은 나무라는 것이고, 묘목이 자라서 이렇게 큰 것입니다.

 

그때 큰 나무를 살 돈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돈이 있어도 저는 남이 키운 큰 나무가 아니라 내가 심고

사랑으로 키울 나무를 심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고, 그때 제가

형제들을 양성하고 있었기에 그것들이 형제들이라고 생각하며 키운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잘 자라주니 제 사랑의 보람이었고,

그러니 저를 얼마나 기쁘게 하고 행복하게 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비유를 묵상하면서는 '아차!'하고 놓친 것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지금껏 나무건 채소건 묘목이나 모종을 사서 했지

제가 씨앗을 직접 싹틔우고, 키운 적이 없었습니다.

 

지난봄에도 <여기 선교의 집>에 모종을 사다 달라고 해서 심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씨를 뿌려서 키워볼 거란 생각은 못 했던 겁니다.

제가 더 작아져야 했고, 더 작은 것을 사랑했어야 했다는 반성이 된 겁니다.

 

물론 이런 반성과 함께 나의 씨앗을 내 힘으로가 아니라

하느님 나라를 하느님의 힘으로 키우겠다는 마음도 지녀야겠지요.

 

다음으로 오늘 복음은 누룩의 비유도 들려줍니다.

누룩은 반죽 안으로 들어가 빵을 부풀리는 것으로

공동체 또는 하느님 나라를 성장케 한다는 의미입니다.

 

저에게는, 특히 지금의 저에게는 제 정원에 씨앗을 심는 것보다

이 누룩의 역할을 더 충실히 수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는 확연하게 작아지고 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제는 마라톤을 할 수 없고,

두 시간 이상의 강의를 하는 것은 무리이며,

일도 큰일은 꺼려지고 추진하는 힘도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제 말씀 나누기도 이런 면에서 고민거리입니다.

전에 썼던 것을 피해서 쓰려다 보니 새로운 얘깃거리가 없기도

하지만 아무튼 제 말씀 나누기가 분명 힘이 떨어졌지 않습니까?

 

그러나 옛날에는 작은 형제이어야 하기에 작아지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이 이미 작아져 있기에 잘 되었고

그래서 이제는 내가 성장하고 건강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와 형제들이 성장하고 건강하도록

작은 역할만 해도 되니 잘 됐다고 생각하는 오늘 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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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0.27 07:41:09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20.10.27 07:40:32
    19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절망을 거스르는 희망)
    http://www.ofmkorea.org/280732

    18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씨앗이 씨앗인 줄 안다면)
    http://www.ofmkorea.org/161265

    17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내조를 잘 하자)
    http://www.ofmkorea.org/113023

    15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우리와 함께 탄식하고 기다리는 피조물)
    http://www.ofmkorea.org/83756

    13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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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ww.ofmkorea.org/57322

    12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어떤 사람)
    http://www.ofmkorea.org/42847

    11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시작도 과정도 그 결과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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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나는 작게, 하느님은 크게)
    http://www.ofmkorea.org/4514

    09년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어떤 사람)
    http://www.ofmkorea.org/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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