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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다음 금요일-'많이'가 아니라 '잘'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Mar 0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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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교회는 회개의 사순절에 실천해야 할 것으로 단식, 자선, 기도

이 세 가지를 권면하는데 그것은 그제 읽은 복음말씀대로입니다.

 

사실 회개한 사람과 성인들은 예외 없이 이 세 가지를 잘 한 사람들이기에

우리도 회개하여 성인이 되려면 이 세 가지 실천을 잘해야 하는데

이 세 가지 중 오늘은 단식에 집중하여 교회는 가르침을 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요한의 제자들이 자기들은 단식을 많이 한다고 얘기합니다.

단식을 아무리 많이 하였어도 어떻게 많이 했다고 주님 앞에서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단식을 많이 하는 것이 뭐 그리 대수인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이 중요한 거야!’라고 흔히 얘기하듯

단식도 많이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환갑이 되던 해에 서품 30주년이 겹쳐 자연스럽게

제 인생과 수도생활을 돌아보게 되었는데 그때 든 생각이

제가 60년을 그리고 사제생활 30년을 참 열심히 살았다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열심히는 살았는데 잘 산 것은 아니었다는 반성이 되었고,

그래서 이제부터는 열심히가 아니라 이어야 한다고 마음먹었지요.

 

단식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중요하고

그래서 오늘 이사야서도 그런 조로 얘기합니다.

 

너희는 단식한다면서 다투고 싸우며 못된 주먹질이나 하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요,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이요,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자기 욕심을 채우려 사랑을 거스르지요.

내 배 부르기 위해 남의 입의 것 빼앗고,

높이 오르기 위해 남을 짓밟는 것이 다반사입니다.

 

그러므로 제대로 잘 하는 단식의 기준은 사랑입니다.

음식을 끊는 것보다 욕망을 끊는 것이요,

욕망을 끊는 것보다 사랑을 하는 겁니다.

 

내 입에 넣기 위해 남의 것 빼앗던 우리가

내 입에 들어갈 것으로 자선을 실천한다면 이것이 진정한 단식인데

그러나 오늘 주님은 여기서도 한 단계 올라서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신랑을 위한 친구의 단식을 가장 완전한 단식의 예로 제시하십니다.

 

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먼저고 음식은 늘 2차적인 겁니다.

사람보다 먹는 것이 중요한 식도락가는 맛에 탐닉하지만

사랑이 중요한 사람은 맛보다 누구와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요즘 와서 저의 최고의 식탁은 맛 집에 가서 먹는 것이 아니라

제가 정성껏 준비하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와 맛있게 먹어주는 식탁이고,

그래서 협동조합을 시작하고 센터가 마련되면 이런 식탁을 마련할 것입니다.

 

한 주일에 한 번 열두 분의 조합원을 번갈아 초대하여 미사를 봉헌한 후

제가 준비한 식탁에서 주님과 제자들처럼 사랑의 나눔을 하는 겁니다.

 

음식은 내 배를 채우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라고 있는 것이니

사랑을 배운 우리는 누구에게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기쁘게 축하하며 먹고,

안 좋은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는 넘어가지 않아서 먹지 않습니다.

 

세월호 단식투쟁을 할 때 옆에서 폭식한 사람들처럼 그래서도 문제지만

좋은 일에 같이 기뻐해주기를 바라는 사람 앞에서 단식하는 것도 문제지요.


오늘 주님께서는 당신과의 식탁에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어쩌시겠습니까? 단식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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