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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 목요일- O, felix Culpa! (복된 탓이여)

by 김레오나르도 posted Mar 28,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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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께선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그리고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

 

수련소에 와서 느끼는 것이 제가 확실히 전보다 너그러워졌다는 겁니다.

형제들의 잘못을 볼 때 그것이 화나게 하기보다는 애처로워 보이고

“그러니 내가 필요한 거지”하는 생각까지 드는 겁니다.

오늘 성 목요일 세족례의 의미로 본다면

왜 이렇게 더럽냐고 나무라는 마음보다는

꾀죄죄하고 지친 그의 모습이 안쓰러워 제가 씻어주고 싶은 겁니다.

 

그런데 더 생각해보면 제가 누구를 씻어줄 자격이 있나 생각도 됩니다.

이번 사순시기도 많은 분들에게 고백성사를 드렸습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분들에게 고백성사를 드리는 것이

집중력을 많이 필요로 하기에 매우 힘들기는 하여도

그래도 제가 조금만 더 힘들면 더 많은 분들이 성사의 은총을 받으니

요청이 있을 때마다 기쁘게 고백성사를 드렸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더 더러운 제가 누구를 씻어준다는 말인가?”하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정말 누구를 씻어드리기 전에 제가 먼저 씻어야 하고,

제가 잘 씻지 못하니 누군가의 씻김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일까, 어제 새벽 묵상 때는

“성령의 세례로 저를 씻어주소서”라는 기도가 저절로 입술에 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모두 스스로 잘 씻지 못하기에

서로 씻어주어야 하고 씻김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도 베드로처럼 너무 황송스럽고 미안하다고 하여

발을 내밀지 못하고 버티는 일이 없어야 하고,

세족례를 하다 보면 앞에 나와 발을 씻기게 되는 것을

수즙어하고 계면쩍어 하는데 그러지도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겸손해야 합니다.

 

우리는 정말 씻어내야 할 죄가 많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씻고자 하는 마음도 그리 크지 않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씻고자 하여도 씻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정말 겸손하다면 서로 사랑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더러운 나를 사랑하고 더러운 너를 사랑하는 것이고,

마지못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우리의 더러움이란 햇빛의 그늘과 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더러움이란 수고하고 묻은 때이고

우리의 죄는 사랑을 하고 벗어놓은 허물입니다.

 

겸손하다면 우리는 또한 서로 감사해야 합니다.

나를 씻어준 것에 대한 감사이기도 하지만

내가 씻어줄 “너”에게 감사하고

씻어주기를 바라는 “너”에게 감사하는 것입니다.

 

“O, felix Culpa!(복된 탓이여)”라고 우리는 부활찬송을 하지요.

우리의 죄가 많은 만큼 하느님의 은총이 크기 때문인데요.

그러므로 우리가 하느님 사랑을 조금만 닮아도

죄는 더러움이기는 하지만 사랑의 매개물이고,

사랑을 견인하는 것이지요.

 

오늘 목욕을 하면서 그리고 세족례를 하면서

온갖 수고를 하고 때가 묻은 나의 발을 소중히 어루만져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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