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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를 빕니다.

 

  며칠 전 약속이 되어 안양의 수리산 성지를 다녀왔지요.  창박골이라고 하고 병목안(병의 목처럼 좁혀진 지형이라 하여 지어진)이라는 곳으로 최경환 프란치스코 순교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지요.  

  함께 갔던 분은 다리가 좀 불편한 장애인- 뻐스에서 내려 한참(족히 20여분 이상)을 걸어가야 하는 곳으로서 나야 평소 잘 걷는 사람이기에 그리 멀지 않았지만 그 자매에게는 좀 부담스런 거리였습니다.  그렇지만 성지를 향한다는 신심의 일념에선지 자매는 힘들다는 불평없이 기꺼이 걸어 대견스러웠습니다.   

 

  도착한 성지 성당의 미사가 11시에 있었고, 순례자들로 성당을 꽉 메워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밖 주차장엔 족히 20여대의 차량들이 주차해 있었지요.  그런 국내 성지 순례자들의 대단한 열성에 은근히 박수갈채를 보냈구요.

 

  정오쯤에 미사가 긑나고 우리는 애초에 걸어 올라갔으니 내려올 적에도 대중교통이 없는 곳이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어내려 왔습니다.  걸으면서 자꾸만 뒤쪽에서 내려와 스쳐지나가는 차량들에 시선이 가졌지요.  얼핏 보기에도 금방 알아 볼 정도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 자매가 있으니 혹시나 뉘라도 타겠느냐고 권유하는 차량이 서 줄 것을 기대한 것이지요.  그러나 꿈보다 해몽이 좋았던 것인지, 혹은 꿈에서 깨어나야 하는 현실 기대감은 30여분 걸어 내려오면서 여지없이 무너질 밖에요.  성당 밖 주차장에 세워졌던 차량 중에 한 대도 제 옆 장애인을 눈여겨 보지 않고 잘들 달려 가버렸으니까요.

 

  저는 그 자매에게 "어쩜, 성지순례를 온 사람들의 마음 가짐과 태도가 저럴 수 있을까요?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수없이 되뇌이신 말씀들이 바로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요 가난한 이들, 절름발이, 나환우, 눈먼 이들,...에 대한 우선 배려해야 한다는, 최후 심판에 관한 말씀 역시 같은 맥락의 말씀인데, 오늘 여기 성지 미사에 온 사람들은 한 사람도 예외없이 쇠귀에 경읽기 식이니 어찌된 일일까요?  개신교 신자들이라면 이런 경우에 참 친절했을 텐데요.

 

  저는 오랜 시간을 걸어야 하는 곁의 자매를 바라보며 내가 태워드리지 못한 사람처럼 매우 미안했고 내내 마음이 짠했습니다.  그래도 그 착한 자매는 못마땅한 내색 하나 없이 십자가길을 걸으신 예수님을 염두에 두어선지 굳굳하게 잘 걸었습니다. 

  한편으론 이런저런 화급한 사정이라도 있어서 무관심할 수 밖에 없던 그 사람들을 한가지로 잣대지어버리는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지만요.

 

  그렇습니다.  남을 쉽게 판단하고 불편한 심기로 꿀꿀해 하고 있기보다는 어렵사리 성지에 갈 수 있었던 그 자매와 함께 할 수 있었던 그 고귀한 시간들에 감사해야 겠지요. 


생활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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