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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이야기

by posted Apr 08,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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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난, 고향 이야기만 나오면 '동지기(동작동; 현 현충원 자리)'와 '관악산'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동지기'는 관악산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형상 관악산의 줄기로서 그 끝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어릴적 '동지기'에 살았을 때, 나는 여름이면 곧잘 여치- ("또르르-" 우는 여치 울음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아 잡고 싶었으니까)- 를 잡으러 현 숭실대쪽 가까운 언덕에 까지 올라가 곤 하였는데, 거기에서 훤히 보이는 관악산의 정경과 함께 정상 가까이에 처해 있는 '염주암'을 대하면서 아련한 소년의 꿈을 키웠으니까... 그 언덕과 관악산 사이엔 지금은 봉천동이며 신림동, 서울대학 켐퍼스...등이 게딱지처럼 다닥다닥 들어섰지만, 그 때만해도 전원의 풍경 외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벽안 시골이었다. 그리고 '염주암' 훨씬 아랫쪽엔 커다란 바위 굴이 보였는데, 집에 와선 어른들에게 그 야그를 하면 그게 바로 호랑이 굴이란다. 무서운 호랑이지만 한번쯤 그 굴에 가서 호랑이를 만나면 스릴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늘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때로는 관악산 호랑이가 한방중 동네로 내려와 비호같은 날램으로 동네 개들을 물어갔다는 사실같은 루머가 번지곤 했다.

또 하나 숭실대쪽 언덕엘 오르면, 거기엔 '자라는 돌'이란 햇볕에 보석처럼 반짝이는 신기한 돌 무더기가 있어, 가끔 몇 개 정도 떼어다가 집에 가져가 신비한 보물처럼 애지중지 들여다 보며 얼마큼 자랐는가 확인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정작 잡으려한 여치는 한 번도 잡지 못하고 번번히 잡힐까 말까 초긴장 상태에서 결국 놓지고 말은 기억 뿐이었으니, 여치가 어린 내 손에 날 잡아라 쉽게 잡힐리가 만무했다. 다만 동네 형아들이 잡아다 준 여치를 멋지게 만든 밀집에 넣고 호박꽃을 넣어주면 그렇게 잘 울 수가 없었다. 한여름 툇마루에서 여치 소리를 들으며 낮잠을 자는 운치를 요즘 시골 아이들도 맛보기나 하는걸까...?

그리고 아마도 숭실대쪽 산자락 어딘가엔 나환자촌이 있었나보다. 내가 그곳에 갔다 왔다고 하면, 어른들은 "얘 좀 보게! 거기가 어디라고 함부로...문둥이가 잠지를 떼어다가 삶아 먹는 걸 모르나 보지...?" 그런 기분 나쁜 이야기가 생각나 어느땐가 멀리서 사람이 나타날 때면, 틀림없이 문둥일거란 생각과 함께 정말 내 잠지를 떼어가면 어쩌나 싶은 불안한 마음에 혼비백산 냅다 달음칠치던 생각이 난다.

* * *

'관악산'에 얽힌 이야기 중에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은 엄마에 관한 사연.
그 무렵은 6.25 사변 이후라 너나 할것 없이 온 국민이 허리르 졸라 매어야 했던 어려운 시절. 엄마 역시 여자의 몸이면서도 그런 난세를 극복하시려 할아버지, 큰 삼촌 그리고 윗 집 '광식'이 엄마와 함께 지게를 지시고 관악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시장에 파셨으니, '동지기'에서 관악산이 꽤나 먼 거리요 게다가 나무 하시기에 만만챦은 악(岳)산이니 그 고초가 가히 어떠하셨을꼬! 관악산은 그렇게 엄마의 허리가 휠 고된 장소여서, '관악산'을 바라보노라면, 심히 고생하셨을 엄마의 추억이 서려 눈시울이 젖는다.
세월이 훨씬 지난 중1학년 방학 때는 숙제로 식물 채집을 하러 할아버지와 함께 남태령 고개 쪽 관악산엘 간 적도 있었다. 희귀 식물이랄 것은 없지만 잘 채집된 덕분에 상을 받고 전시도 되어 가슴 뿌듯했던 기억도 되살아 온다.

그 '관악산'에, 내일 우리 형제들이 탈북 형제 자매들과 등반을 한다기에 나도 따라가기로 맘먹었다. 6.25 무렵에 월북한 내 아버지가 아직 북쪽에 살아 계실지...설혹 돌아가셨다해도 배다른 나의 형제들이 그곳에 살고 있을테니, 탈북 형제들이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는다.

'관악산', '동지기', 엄마 그리고 탈북 형제 자매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얽히고 섥힌 애환들이요, 또한 내 동심이 애메랄드처럼 파아랗게 묻어날 듯한 잊을 수 없는 이름들!!!

'관악산'은 그렇게 내 어릴적 정기를 이어받아 사뭇 정이 푹든 고향산이라 지금도 늘 그리움과 가보고픈 맘이 드는 산임에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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