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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리아 할머니의 선(?) 무당 이야기

by posted Jan 3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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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몇 분 중에
안성의 김마리아 할머니가 계시다.
할머니는 안성 형제회 회장직을 오래 맡으셨고 산청 나환우
마을에도 꽤 많이 도움을 주신 분으로서, 벌써 작고하신지는
몇년이 흘렀지만, 간혹 만나 뵐 때마다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들은 언제나 구수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예전에 할머니의 여자 조카 중에서
맨날 몸이 아파 약도 소용이 없고 병원엘 가도 뽀족한 수가 없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분이 있었단다.
할머니께서 그 조카를 대할 때마다 혀를 끌끌 차시며
성당에라도 나가보면 어떻겠느냐 권유를 해 보셨지만,
신앙엔 전혀 관심이 없는터라 신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그 조카가 어떤 분의 권유로 한 무당을 찾아갔더란다.
그런데 그 무당의 점괘가 참으로 희한했다. 귀신의 힘을 빌어 점을 치는 양반의 입에서 왈(曰)-
"네가 온 몸이 아픈걸 났게 할려면 다른 방법은 없고, 꼭 한가지
있다면 당장 성당엘 찾아 가 세례를 받아야 하느니라,
알겠느냐...???!!!"
그래서 웬 희한한 선(?)무당인지 선(善)무당인지 별난 무당도 다
있구나싶어, 믿져야 본전이니 당장 다음날부터 교리반엘 나가 1년 후쯤 영세를 했단다. 세례를 받은 날부터 정말 아닌게 아니라 그토록
쑤시던 온 몸이 깨끗이 나아버렸으니...본인 생각하기에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하면서 무당에게도 하느님께도
감사드리지 않을 수가!!!
그로부터 세례받은 효과를 톡톡히 보았으니, 내친김에 본당 활동에도
열심히 참례하게 되고 신앙심이 일취월장 돈독해 졌음에랴.

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올 법한 위 이야기가
생각날 때마다, '선 무당 사람잡는다는'는 말은 들었어도 하느님께로
인도한 그런 선(善) 무당 사례는 듣던 중 처음이다.
아마도 할머니의 기도발이 그렇듯 우회(迂廻)의 길을 돌아 잘 먹혀
들어간 거였으리라.
간혹 그 이야기를 떠올리 때마다, 살아 생전 신앙의 모범이셨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 주신 할머니의 모습과 함께 절로 웃음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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