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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첫 눈이 오면...

by posted Nov 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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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누리에 평화가.

무서리가 내릴 새도 없이
간밤 새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언제나 "첫 ..."라고 하면 감회가 깊어 잊을 수가 없지만,
2008년의 첫 눈 역시 잊을 수 없겠다.

17일인 어제가 내 영명 축일.
예전 성북동에서 공부하던 시절...
그 때 역시 나는 내 축일에 첫 눈이 오면 좋겠다는
어린 아이같은 바램대로, 17일에 첫 눈이 내려
그 이후 나는 첫 눈이 오는 날이 바로 내 축일이라고 떠들어대곤 했다.

어젠 너무도 조용히 지낸 축일이라,
어쩜 내 됨됨이에 맞게 "슬쓸함"을 만끽할 수 있어 참 좋았다.
아마도 사랑하는 <레기네>를 포기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심정이
이러했을게다. 세상의 화려함보다는 하느님과의 쓸쓸한 고독...이랄까.
시끌벅절하게 축하를 받는 건 영 맞지 않는 옷을 걸친 것처럼
웬지 쑥스럽고 어울리지 않으니까...
3회의 주보 성인이신 <엘리사벳 성녀>가 그랬었다.
왕녀의 신분이면서도
짧은 생애동안 화려한 대접을 받기보다는
친척들의 모진 냉대 속에서도 가진 것을 모두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 준...자발적인 자선의 여왕과 축일이 같은 날임에
더욱 의미깊은 17일!

그러나 밤 늦은 시각(9시경)에 꼬마들 셋을 데리고
축일 축하드린다고 찾아 주신 당진의 헬레나 자매가
어쩌면 엘리사벳 성녀의 품성을 닮은 것 같아,
축하를 받은 내가 더욱 부끄러웠던 날이었다고나 할까.

암튼 2008년 "첫 눈 온 날"도
하루는 비껴갔지만
이렇듯 꼬마들의 축하를 받은 잊을 수 없는 날로 기록되어
감사지정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하늘하늘 내리는 첫 눈처럼
이젠 내가 영원히 하늘을 닮은 첫 눈이 되어
피안의 저 세상 어딘가에 사쁜히 내려 앉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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