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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山) 아이

by 김맛세오 posted Mar 06,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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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가...


  꼭 11년 전에 보름 정도 막내 숙부 내외의 초청으로 미국, '롱 아일랜드'(뉴욕 바로 옆)라는 곳에 체류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처럼 반도의 지형이지만, 크기는 한국의 1/5 정도 될까...그런데 삼면이 바다이고 산(山)이 전혀 없이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는 평지일 뿐이어서 체류하고 있는 동안 얼마나 답답함을 느꼈던지!  산이 없이 조금만 멀리 나가도 바닷가라  혹자는 오히려 시원한 평원이라 여기겠지만, 나는 오히려 먹먹함이 엄습하여 무척 힘들었다.  그때서야  내가 자라고 익숙한 한국이란 나라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산(山)의 나라였다는 것을 절감했으니까...


  내 어린시절의 사진중에 맥시코 여인 모습같은 엄마가 간난 아기인 바로 밑의 사촌 동생을 안고 계시고, 나는 초교 1년 때쯤이리라, 30Cm 정도 크기의 실제같은 원숭이 인형을 안고 있다.  그 사진을 보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도 고생이 많으셨던 엄마가 몹씨 그리워진다.  엄마가 맥시코 여인같았음은, 그 당시 전국적으로 땔감이 너무나 부족했던 탓으로 여인의 몸이면서도 할아버지와 큰삼촌을 따라 멀리 관악산까지 나무를 하러다니신 억척이셨음에랴.  그 시절엔 6.25 전쟁 이후라 너나할 것 없이 그렇듯 고생스러웠고, 그렇게 부지런하지 않음 대가족이 잘 꾸려질 수가 없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보릿고개란 어려움이 없었고 아주 넉넉지는 않았지만 늘 차르르 흐르는 흰쌀밥에 반찬 걱정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어쨌든 엄마가 안고계셨던 간난 애기, 사촌 동생은 가끔 소식을 주고 받고 있어, 역시 오래 전에 뉴욕으로 이민을 가 지내고 있지만, 완전 백발이 된 할아버지의 모습이어서 참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늘 애지중지 잘 간직했던 그 실제 모습의 원숭이 인형은 그 사촌 녀석이 험하게 이어받은 어린시절로 거덜이 났지만...


  참, 산(山) 이야기를 하려다 엇길로 빠져- 산은 어린시절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내 엄마와 같은 그리움이요 고요함이다. 

  그 당시 집 대문만 나서면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동리와 아랫 마을...그리고 논밭이 펼쳐져있고, 뒤로는 묵묵히 나즈막한 산과 나무들이 있어 친근감 있는 말없는 친구와 같았다.  그 모든 것들이 조용했지만 실상 내 감성에 말없이 자리한 소리들이 아니었을까?  먼저 살던 '능말' 가까운 골짜기 아래엔 물동이를 이러 가신 할머니의 샘터가 있어, 세상의 사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어린 내게는 신기함 자체여고, 입술과 가슴에 와 닿는 샘물의 짜릿함이란!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민감한 채 연신 할머니를 채근하며 의문나는 사물에 대하여 묻곤 하였으니까.  또 참으로 예쁜 산새 소리, 가을을 알리는 뀌뚤이 소리는 어떠했는고!  "할머니, 저게 귀뚜라미야?  또 요건 메뚜기야요?  연신 물어대는 어린 손자의 질문에 귀찮으셨을 테지만, 한번도 언짢은 내색을 하지 않으신 우리 할머니!


  그렇다.  이제사 알고보니, 지금 내가 보고있는 책 한 페이지도 어린시절의 나비나 벌, 풀벌레와 무관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책이란 나무로 만들어졌고 그 나무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저절로 자란 것이 아니라 공기와 구름, 비, 여러 곤충들...등 온갖 자연 친구들과의 교감과 은혜로 자랐을 테니, 얼마나 소중한 한 권의 책인가! 

   그렇게 보고 느끼고 자란 산과 나무들...그래서 모든 사물들과 나와 무관하지 않은 아주 가까운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이 세상에 태어나 지금 이렇듯 잘 살아가고 있음에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드린다.


  이맘때 이른 봄이면 가장 먼저 필 노오란 생강나무를 보러 산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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