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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즐거왔던 인왕산행

by 김맛세오 posted Mar 2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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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봄기운이...


  주말엔 언제나 그렇듯이 틈을 내어 가장 가까운 인왕산엘 오르곤 한다.

  길목마다 하루가 다르게 봄 기운이 무르익어 가는 모습에, 피조물인 자연의 책을 통해 하느님을 읽는다.

  인왕산은 예로부터 '산왕대신(山王大神)'에 대한 신심이 돈독하여 산신제를 드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신성한 산이니, 나에겐 하느님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더없이 거룩한 산인 셈이다.


  초입부터 봄을 수놓는 산수유꽃이며 매화가 한창!  발을 디딛는 곳마다 파릇파릇 봄풀들과 아기별처럼 작디 작은 꽃들이 총총히 피어나고 있어, 예수님의 정원 안에 담겨있는 온갖 비밀을 깨닫게 해 준다.

  산 중턱에서부터 발길을 절들이 많은 '선 바위' 동네로 옮겼다.  인왕산 전체가 바위가 많은 산임을 알고는 있지만, '바위'하면 베드로 성인을 상기시키는 하느님이 쓰신 말씀들이 아니겠는가.  만개한 매화나무에 달라붙어 뭔가 열심히 빨아대는 '직박구리'가 눈에 띄어, 유심히 살펴 보았다.  아하! 가까이 지켜보고 있는 나에겐 전혀 의식도 없는 양. 꽃술에 담겨있는 꿀들을 나비나 벌처럼 부지런히 옮겨다니며 따는 것이다.  꽃이 주님의 얼굴이라면 그 얼굴을 스치는 새들 역시 달콤함에 맛들인 하느님의 작은 영혼들이 아니겠는가.  믿음직스럽고 든든한 바위들을 의식하며 무속인들이 기도를 많이 드리는 '선 바위'를 휘돌아 계곡 사이의 돌층계를 올랐다.  그런데 그 뒤편 윗쪽으로 작은 암자가 보였고, 잠시 후엔 웬 산토끼 한 마리가 그 주변을 깡총거리는 게 아닌가.  그런 곳에 산토끼라니...?  참으로 의아한 것이, 등산객들이 수없이 오르내리는 길목이요 때로는 길고양이들이나 집나간 야생 개들이 출몰하는 곳이려니, 산토끼의 출현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참으로 신기한 목격이로고!


  어쨌든 그렇게 바위를 오르내리며 멋진 소나무 숲을 지나, 아래로 멋지게 흘러내린 유선형의 아름다운 성곽길을 앵글에 담기도 했다.  많은 등산객들이 땀을 흘리며 오르고 있는 모습을 뒤로하고 하산을 해서는, 나 만이 알고 있는 기상청 앞 성곽을 넘어 경희궁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궁 뒷길에서 멋진 (양치기) 코리 종 개를 만났다.  덩치가 커 처음엔 무서웠지만, 주인 아저씨와 주고받는 인사 도중에 코리와도 금방 친해져 "야, 너 참 멋지게 생겼네!" 하며 쓰다듬어 주었다.  "기념으로 사진 하나 찍어줄까?  경희궁을 배경으로 여기로 오렴!" 했더니, 정말 잘 알아 들었다는 듯이 냉큼 원하는 장소에 앉아 멋진 포즈를 취하는 게 아닌가.  그리 말귀를 잘 알아 들으니 얼마나 신기하던지!  나중에 주인에게도 코리 사진을 보내드렸다.


  경희궁 뒷편 운동장을 돌아서 역사박물관 쪽으로 내려오니, 흰매화와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그랬다.  인왕산에 담겨져 있어 죽은 듯 싶었던 작고 큰 나무들의 가지 마다 완연히 봄의 생기를 되찾고 있어 십자가 역시 나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  길가의 보라빛 제비꽃은 단순함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알려주는 작은 표징들이 아닌가.  짝을 찾는 새들의 노래는 생명의 존귀함을 알리는 축제의 한 가락!

 

  오늘 언제나처럼 인왕산을 오르내리며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은, 어쩌면 멀고 먼 곳을 휘돌아 찾으려는 다다르기 어려운 하느님이 아닌, 가까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통한 천국의 사다리..봄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즐거움과 함께, 자연의 기운을 되찾아 가는 나의 작은 정원에서도 손길을 필요로 하는 적지않은 일들이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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