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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계절, 인간의 계절

by 김맛세오 posted Aug 08,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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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어젠 가리봉동 수녀원의 주일 미사에 참례한 후, 가까운 산으로 산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딱히 정해진 산은 없었지만 지하철 노선을 보니 종점 중의 하나인 광교역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거기서면 광교산에 오를 수 있으려니 생각하며 무작정 그쪽으로 행했다.  연이은 찜통 더위로 숨통이 막힐 지경이었지만, 과연 자랑할 만한 서울의 지하철!  종점인 광교역을 향해 강남역에서 갈아타고 보니, '으-메, 시원한 것, 하느님께 감사!",  지하철 안의 에어컨은 그야말로 씽씽 시베리아여서, 열대에서 바로 한대에 들어선 느낌이 아니던가.

  선풍기 하나로 족히 여름을 날 수 있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에어컨이 없으면 견디기 어려운 서울(한국)이 되었으니...하기사 시동을 건 자동차 1대의 곁에만 다가서도 그 열기가 대단하여, 전국의 자동차 대수가 얼마나 많은가!  또한 수많은 아파트며 주거지와 공장들에서 나오는 열에너지만 하여도, 열대아 얘기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제동이 안되는 선진국에로의 끊임없는 편리성을 추구하다 보면, 과연 이 나라가 어찌 될 것인가 하는 것은 나 만의 기우일까?  또 요즘 흔히 회자되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면서도, 개인적으로 예수님 십자가는 입과 머리로만 외우고 너무나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신앙인들의 모순을 어찌 봐야 할까.  그래서 내 개인적으로는 기후변화에 거의 대처하지 못하는 물 한방울의 존재일지언정, 온난화의 주범중 하나가 되게하는 에어컨 따위를 아무런 분별력없이 펑펑 써 대는 것엔 극구 반대하여 선풍기를 선호하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하며 쉽게 생각할 수도있지만, 시시각각으로 아파하며 신음하고 있는 지구에 대한 연민을 떨칠 수가 없지 않는가!     


  역에서 나와 바로 옆길에 '광교산으로 가는 길'이란 표지판이 있어, 어렵사리 찾을 필요도 없이 쉽게 등산로로 들어섰다.  그런데 비온 후 습도가 높아선지 땀이 삐질삐질!  6Km 정도를 걷는 울창하고 좋은 숲 속 길인데도 등산객이 전혀 보이지 않는 오롯한 나홀로 길이었다.  휴가철이어서 사람들이 전부 바다로 계곡으로 해외로 나간 것일까, 의아할 정도였으니까.  땀으로 전신 목욕을 하다시피 걸으면서, 어릴적 갑짜기 입맛이 뚝떨어져 더위 먹은 경우를 떠올리며, 자칫 너무 지치는 등산은 삼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다.

  어쨌든 나무로 울창한 광교산 자락을 천천히 오르면서, 여름을 대하는 자연의 계절은 이렇듯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잘 순환하지만, 되돌이 표가 없는 내 인생여정의 계절은 과연 어디만큼 가고 있는 걸까 하는 자성의 소리가 내 안에서 들려온다.   

그러면서 며칠 전 공항에서 꼭 30년 만에 한국 땅을 찾아오신 이홍재 목사님 내외분의 모습이 떠올랐다. 희수의 연세만큼이나 백발이 성성해지신 완연한 노년의 모습에, 10년 후의 내 자화상 역시 그러하리라는...그래서 정확히는 맞추기 어렵지만 나의 계절, 시간을 얼추 맞출 필요가 있지 않을까싶다.  여행과 같은 인생에서, 지금까지 살아 온 긴 여정보다 살아야 할 지극히 짧은 여정에서 일상의 쉼표를 찍고 조만간 또 다른 영원한 여행길로 접어들어야 하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가장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광교산엘 오르고 있다는 것과 자연의 시간과 계절을 닮아야 한다는 것.              

  요즘의 세태를 보면 부자면서도 불행한 가난뱅이가 참으로 많은 반면,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자는 매우 드믈어, 분명한 것은 행복한 삶이란 물질이나 돈 따위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이 가난한 이는 행복하다"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 아니겠는가.


  오늘 광교산이란 자연과 함께 하면서, 산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의 실재와 근원이야말로 하느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선(善)과 같다는 것-  얼핏 상선약수(上善若水)란 말을 곱씹어 보며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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