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7.06.20 11:07

내 인생의 페이스

조회 수 11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를...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심할 수 있는 문제이거나 피해갈 수 있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라고 본다.  곧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여, 내 자신의 역량이나 모든 조건에 비추어 인생의 페이스를 잘 조절할 수는 있을 것이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내 경우엔, 매일의 걷기 습관에 따라 산을 타는 내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대체로 가늠할 수가 있어, 천천히 걸으며 등산을 하면 보통 5-6시간을 걸어도 거의 피곤함을  못느끼지만, 앞뒤좌우를 살필 여유없이 정상을 향해 내달리는 건 참으로 역부족이다.

  일전에 청계산에서의 경험이 바로 그런 경우.  한 번 갔던 국사봉 근처, 성 서루도비코 동굴을 다른 코스로 하여 다시 찾으려니, 참으로 어려웠다.  마침 지나가는 40대쯤의 등산객을 만나 물어보니 청계산 가까이 사는 사람이라 등산로를 훤히 꿰뚫고 있어, 친절하게도 따라 오라며 쾌히 앞장을 섰다.  그런데 등산의 달인인듯 보통 빠른 속도가 아니어서 따라잡기가 무척 힘드는게 아니었다.  숨이 턱에 차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거다.  그렇게 한참을 뒤쫒다가 이내 동굴 가까이에서 헤어졌지만, 평소 늘 세월아 네월아 유유자적 걷는 내 자신의 등산 페이스가 그때처럼 힘겨웠던 적이 또 있었을까!

  물론 예전에도 여러번 형제들과 무리를 지어 등산을 하거나 걸었을 때가 있어지만, 제일 밉살스러운게 바로 앞뒤 재지도 않고 혼자 내달리는 형제였으니까...그렇게 정상을 정복하고 쟁취하려는 강한 욕심은, 모처럼의 시간에 '자연과 하나되려' 내려놓고 비우려는 여유있는 의지와는 너무도 달라 자못 황당하고 언짢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여행이나 관광을 가면서도, 언제부터인가 "빨리빨리!"라는 수식어나 유행어가 붙은것 역시 어찌보면 급속 고속 성장을 해 온 결과의 폐단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친화적인 과거의 좋았던 많은 유산들을 단시일 내에  잃어버렸고, 급기야는 행복의 원천인 자비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에 너무나 못미치는 일상사가 얼마나 많아졌는고.

  이런 맥락에서,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문명은 직선이고 고속이지만 자연은 어디까지나 곡선이요 저속이어서 모든 면에서 여유와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런 예로, 어쩌다 명절이 오면, 인간의 향기나 그리움이 한껏 배인 모처럼의 고향 길이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를 이용해 죽자고 다달으지만, 결국엔 허탈감을 안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지난해에 걷기 피정으로 5명의 형제들이 섬진강 시원에서부터 남쪽 끝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하루에 평균 6-7시간씩 걸었던 추억이 매우 삼삼하게 떠오른다.  섬진강이란 자연의 처음부터 끝 전부가 곡선으로 유유히 흐르기에, 하느님이 주신 물길따라 걸은 그 길 주변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성했던고!  자연스런 그 흐름은 바쁜 우리네 일상과는 달리 시간에 쫒기는 초조함이 전혀 없었고 조용한 침묵 속에 시종 느림의 등속이어서 걸으면서 묵상하기에 얼마나 좋았던고!  때로는 섬지강 여기저기에 자연적으로 침적된 하이얀 모래하며 바지락 채첩을 하는 아낙네의 모습 또한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한평생 짧고도 긴 우리네 인생에서, 청계산에서나 섬진강 같은 자연과 닮아야 하는 작고 큰 지혜는, 바로 너나없이 바쁘게 달려가며 살다가 왜 살아왔는가 허탈하게 명(命)을 내려놓는 데서는 결코 얻을 수 없지만, 자연에 동화되어 느림의 삶을 살아갈 때라야 비로서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전자는 자칫 자신에게만 몰두하여 채우려는 마음에 고통과 불행에서 헤어나기 어렵겠지만, 후자는 늘 비우려는 마음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내 인생의 페이스는 등수에 편승하려 안간 힘을 다하려는 마라토너가 아니라, 자연에 동화되어 나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싶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나의 절친, 인왕산

     T 나의 절친, 인왕산     점심 후 식곤증이 몰려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늘 오르던 인왕산길을 걷는다.   어릴적 동지기(현충원)가 늘 향수처럼 그려진다면, 인왕산은 내 후반 인생의 친근한 벗이려니...근 40여년을 정동에서 지내면서 가장 자주 오르는 곳...
    Date2023.12.22 By김맛세오 Reply0 Views71
    Read More
  2. No Image

    "두려워말라. 용기를 가져라!"

    T 평화와 선    내 초교 동창중에 한ᆢ란 녀석이 있다.  요즘 유명 배우로서 잘 나가는 한ᆢ의 아버지이기도.  평소 동창 카톡방에 폰 사진이나 글을 얼마나 재밋게 잘 올리는지...여튼 자만감에 가득찬 녀석의 글을 대하노라면 실소도 하지만, 가끔 너무 지껄여...
    Date2022.01.05 By김맛세오 Reply0 Views779
    Read More
  3. No Image

    적선, 자선, 아님 연민으로...?

    평화와 선     우리 동네 관할 구역내, 소공동 주민센터 주변에서 일을 해온지도 어언 3년이나 되어간다.  시작한 처음에는 주변에서 사회적 허드레일을 왜 하려느냐 분분한 말을 듣기도 하였지만, 서울에서도 중구 소공동이란 지역은, 관공소가 많은 지역이요...
    Date2021.12.06 By김맛세오 Reply0 Views546
    Read More
  4. No Image

    달마사에서 내려다 본 정경

    T 평화와 선     원래는 오랫만에 현충원엘 가려고 나섰는데, 코로나로 인해 출입 금지였다.  이왕 나선김에 현충원에는 못들어가더라도 방향을 바꾸어 달마사 쪽으로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필시 흑석동으로 넘어가기 전 산으로 오르는 길이 있으리라 짐작한...
    Date2021.09.24 By김맛세오 Reply0 Views589
    Read More
  5. No Image

    아끼어 온 바이올렡의 교훈

    T 평화를 빌며...     작년 리모델링을 하면서 한 층을 더 올린 5층엔 빈 공간이 많아, 그냥 썰렁하게 놓아 두느니 햇볕 잘 드는 창가 쪽으로 화분들을 키우면 좋겠다는 생각을...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계획을 실천에 옮겨, 요즘엔 크고 작은 화분들이 꽤 ...
    Date2021.07.28 By김맛세오 Reply0 Views680
    Read More
  6. No Image

    진주 빅토리아 할머니와의 만남, 고별

    T 평화와 선     며칠 전, 빅토리아 할머니의 장례미사에 참석코자 전 날, 진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하기사 할머니가 영면하시기 일주일 전쯤에, 갑짜기 할머니 근황이 궁금, 진주행 기차표를 끊어 놓았다가, 당시 칠암동 성당 상황이 여의치않아 취소했...
    Date2021.07.26 By김맛세오 Reply0 Views674
    Read More
  7. No Image

    자꾸만 눈에 밟히는 민달팽이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목, 서대문 농협 앞에 꽃들판매 좌판을 벌여놓은 요즈음.  그중에 눈에 들어 온 작은 키의 나무처럼 자란 「바질」이 눈에 띄었다.  조금 거금이라 사지는 못하고 저녘 식탁에서 그 야그를 했더니, 고맙게도 관구 봉사자와 경리 담당 형제...
    Date2021.03.19 By김맛세오 Reply0 Views850
    Read More
  8. No Image

    마리나 할머니, 잘 지내시죠?

    마리나 할머니, 잘 계시죠?작성자김 맛|작성시간10:21|조회수13목록댓글 5글자크기 작게가글자크기 크게가 T 온 누리에 평화   얼마 전 마을에서 90세 잔치를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할머니는 「산청, 성심원」에 거하시는 분으로, 평생을 보지도 못하...
    Date2021.02.14 By김맛세오 Reply0 Views812
    Read More
  9. No Image

    할아버지, 그 때, 참 죄송했어요

      난 할아버지에 관한 일화도 적쟎게 간직하고 있으니, 그마만큼 손자에 대한 내리사랑이 각별하셨던 게다.   가족들 뉘게든 호랑이같이 무섭게 대하셨던, 그런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겐 자애롭기 그지없으셨으니까...   그런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할아...
    Date2021.02.14 By김맛세오 Reply0 Views787
    Read More
  10. No Image

    엄마의 보청기

    T 온 누리에 평화를...     요즘 오랜 청각의 장애로 한 쪽 귀가 거의 안들려, 아침 미사 강론 때, 주례자의 목소리가 작거나 마이크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음 제대로 경청하기가 어렵다.   초교 4학년 무렵, 아이들과 기마전을 하면서 마침 기수가 되어 싸우다...
    Date2021.01.22 By김맛세오 Reply0 Views84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