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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것들...!" (올레길에서의 느낌)

by 김맛세오 posted Jun 1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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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우선 제주 사람들을 폄하하려고 이 글을 올리는 게 아님을...

 

  애초에 피정 목적으로 '평화'에 목적을 두고 걷기피정을 시작하였다.

계란으로 바위치기 격일 테지만,

특히 세월호 희생자들과 강정마을의 평화를 염두에 둔 것.

 

  그렇게 출발을 하여 마침 내려가는 그룹에 끼어 첫 날 도착한 곳이 '팽목항'!

희생된 수많은 아이들의 맑은 영혼들은 천국에 있겠지만,

남아있는 가족들이나 전국민들은 왜 그랬어야 했는지 전혀 영문도 모른 채 아연실색...

사건 1년이 넘어서도 전혀 풀릴 것같지 않은 미궁의 실타래!

하기사 교회의 고위직 성직자들까지도 꿈쩍도 하지않는 정부 방침에 아부하는 건지 편승하고 있으니까...

 

  2일째 광주를 거쳐 제주에 도착한 시각은 저녘 6시 반경이었다.

아침 저녘으로 누릉지를 끓여먹을 요량으로 준비해간 밑바찬과 코펠 버너, 여름 침낭의 무게가

그 정도라는 걸 조금이라도 감안했더라면, 아마도 걷기 시작조차 못했으리라.

어쨌거나 이미 내쳤으니, 앞 뒤로 나누어 짊어진 배낭의 무게가 하루, 이틀...날이 갈수록

가벼워짐을 느끼면서 마지막 7일째 걷는 날이었다.

 

  올레길 제 10코스였던가, '고산 2리'라는 마을의 뻐스에서 내려,

어리짐작 가깝게 여겨지는 바닷가를 향해 땡볕 속을 30여분 정도 걸었을까.

제주도에 그렇듯 김해평야같이 넓어 보이는 평야가 온통 마늘 농사 뿐이라니!

마침 마늘 수확을 위한 남녀 일꾼들 여러 아줌마 아저씨들이 정자에서 시켜놓은 도시락을 들고있었다.

시간을 보니 12시 반...나도 그늘 한구석 없는 마늘 밭을 한참이나 걸어 간 터라 목마르고 허기지고...

암튼 가방을 내려놓고 쉬었다 가려는 심산으로 그들 곁 정자에 끼어들었다.

 

  한 아저씨 왈- "저기 동네 보이죠?  저 동네에 맛있게 음식을 하는 음식점이 있습니다."

"아, 그래요.  조금 후에 그 집으로 가서 사먹으면 되겠군요."

나는 애초부터 점심을 얻어먹을 생각은 꿈도 못꾸고 피곤한 다리를 쉴겸 털퍼덕 주저앉아

간식이라도 먹을 생각으로 가방을 뒤적였다.

손에 잡히는 것이 가방 맨 밑바닥에 있던 곶감 팩 3개였다.  왜 그때까지 그 곶감을 먹을 생각조차

못했는지...먹는 것 앞에 나는 늘 그런 식이었으니까...ㅉㅉㅉ!

 

  그렇게 손에 잡힌 곶감 팩중 2개를 식사하고 있는 그 아줌마 아저씨들에게 드리면서,

"식사하신 후 후식으로들 드셔요.  말랑말랑 서울에서 가져 온 맛난 곶감이거든요."

그러고나니 그들 맘이 180도로 바뀌어 충분히 먹을 게 남았으니 점심을 먹으란다.

시장한 김에 염치고 뭐고, 끼어들어 젓가락을 들고보니, 먹던 밥은커녕 맛있는 새 도시락 밥이다.

짜장도 있고 제법 영양가 있을 듯 싶은 주문 도시락이니...그들은 일이 바빠 황망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천천히 들고 가십시오.  우리들은 먼저 일어나야 하니..." 하면서  순식간에 일터로 사라지는 거였다.

 

  그랬다.  오래 전에 육지에서 건너 가 제주에서 살고 계신 어느 프란치스칸 재속회원의 말이 떠올랐다.

"제주 사람들이여...?  얼마나 육지 사람들에 대하여 배타적인지...걸핏하면 '육지 것들!'이란 표현을

마다하지 않고 함께 어울리기가 매우 쉽지 않답니다."

"육지 것들!"이란 심한 표현에 내재되어 있는 제주 사람들의 많은 상처를 그저 질타의 대상으로만

돌려선 아니되는 그 무엇을 읽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랜 제주의 역사적 무고한 큰 사건들이나 현실에 있어서도 그들 나름대로의 깊은 상처들을,

"육지 것들!"이란 한 마디에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역시 제주 토배기 가난한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땅들을 육지의 부자들에게 헐값으로

내어주고, 그 자리에 호텔이나 럭서리 팬션, 고급 주택들의 주인들은 돈 많은 육지 사람들의 차지가 

되어 있으니, 여전히 가난을 면치 못하는 그들 마음 한자리엔 "육지 것들!"에 대한 원망 내지 한이 서려있는

깊은 배타성을 배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강정마을에 가서는 그 아픈 제주 사람들의 마음을 더 깊이 읽을 수가 있어,

그들에게 '평화'란 참으로 까마득하고 요원한 현실일 것만 같아 마음이 심히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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