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8.10.31 20:18

나의 유일한 형

조회 수 1130 추천 수 2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선

 

  지난 봄, 늘 건강하던 형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시어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경미한 상태여서 시름을 놓았지만, 이후로는 잘 다니시던 직장에 손을 놓으셨고 치유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와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시나,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기는 모든 사정이 역부족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형이 건강하셨을 즈음엔 형에 대한 관심이라든가 신경을 거의 쓰지않았지만- 더군다나 형과 나 사이에 비숫한 점이라곤 거의 없었고, 형에 대하여 신경을 쓸 만한 구석이라곤 찾기가 어려웠으니까...형은 외모라든가 성품이 부성을 닮았고, 나는 외탁을 하여 엄마를 많이 닮은 것도 확연히 다른 점들이다. 그런 형이지만, 단 한 분 뿐이라는 형제 의식과 함께 예전과는 달리 형을 생각할수록 짠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달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형을 의도적으로 만나, 지난 얘기를 하며 식사도 함께 해드리기로 다짐하였다. 예전 어쩌다 만나면 그래도 직장에 다니시는 형이 식사비를 내곤 하였지만, 이제는 내 쪽에서 해드리기로 했다.

 

  갑작스런 뇌경색이 온 이면엔, 각 사람의 갖가지 상태에 따라 건강의 척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이르던 늦던 인생의 주기에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수순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살아계셨을 당시, 75세 정도부터 골다공증의 증세로 매사 힘들어하셨고, 그 후로 현저하게 전체의 발란스에 이상이 생기셨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며칠 전 일시에 닥친 거대한 태풍으로 사이판에서 일어난 자연 발생 재해로 인하여, 일시에 누렸던 모든 의식주의 올 스톱으로 그곳에 여가를 즐기려 여행을 간 모든 사람들이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아귀비환의 처지로 힘들게 지내고 있지 않던가!

 

  최근의 나 개인적으로는, 연피정의 일환으로 함께 성지순례 길을 걷던 6명의 형제들중, 그리 넓지도 않고 차가 많이 다니지도 않은 한적한 건널목에서 아무런 살핌도 없이 이야기에만 몰두하며 천하태평 건너던중, 몸을 스칠 정도의 아슬한 찰라에 큐브레이크를 밟은 차로, 운전자의 너무 놀랜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내가 한눈을 팔며 건넜다는 걸 깨달았다.

뒤를 따라오던 모 형제 왈- "형제님, 좌우를 살피면서 걸어야죠. 하마트면 순례고 뭐고 장례치를 길이 될 뻔 했잖아요!" 틀린 말이 아니다. 비명횡사할 찰라에 천사의 도움 손길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찰라의 갈림길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어쩌면 형을 걱정해 오던 건강한 내가, 먼저 하늘 나라로 갈 뻔한 사건이었으니, 한 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네 삶과 죽음이 아니겠는가?


  요즘 부쩍 형을 통하여 '삶과 죽음'에 대하여 자주 묵상을 하게 된다.

  지독히 무덥던 지난 2018년의 여름이 언제 빨리 지나려나 싶더니, 유난히 찬란했던 전국의 단풍 계절도 짧게 끝나고 이제 두 달 남짓한 남은 달력을 보며, 살아 온 날들보다 살 날이 지극히 짧게 남았음을 깊이 의식하게 된다.

 

  다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으로 흐뭇했던 만남들 하며 하느님으로 부터 받은 무수한 은총의 기회들,  살아 갈 날들에 대한 지극한 감사 외에 무슨 바램의 여지가 있겠는가.


  형을 생각하면...늘 함께 해도 될 옆 자리에 형이 없었다는 의아함과 함께, 이제는 형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기회를 자주 마련해 드리겠노라 다짐해 본다. 엄마가 하늘 나라에서 내려다 보시며 흐뭇해 하실...^^

  • 잔디 2018.11.01 13:50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길 바라며....
    두분의 건강을 위해 기도드리겠습니다.
    저도 이핑계 저핑계로 잊고 있던 가족들을 찾아보렵니다.
    고맙습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5)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5)순수한 금빛으로 빛나는 황금색의 뱀 두어 마리 잔 로렌조 베로니니의 조각 아폴론과 다프네련듯 작고 단아하지만 품위 있게 빛나는구나 저 멀리 컴컴한 어둠의 발치에서 선명한 금빛으로 빛나는 네 모습이  고결하기까지 하구나 ...
    Date2024.04.18 By고파울로 Reply0 Views15
    Read More
  2. No Image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4)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4)여느 때처럼 소등을 하고 자리에 누워 고요 중에 별 생각없이 잠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 불면증에 시달린 후유증인지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의식의 저 귀퉁이에 황금색 뱀이 나타났다...
    Date2024.04.07 By고파울로 Reply0 Views73
    Read More
  3. No Image

    내 마음의 갈릴래아

    내 마음의 갈릴래아“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마르 16,7).             1   나자렡 예수의 고향 갈릴래아, 제자들과 고기를 잡던 호수가 있고 새들과 들꽃을 바라보며 하늘 나라의 신비를 가르친 곳 앉은뱅이를 고쳐주고 귀...
    Date2024.03.31 By고파울로 Reply0 Views38
    Read More
  4. No Image

    유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

    유다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어언간 세월이 흐르고 흘러이제는 추억 속 이야기가 되었지만모함 당하는 것이너무도 억울해서 내 가슴 속에도살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던 때가 있었지.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삭일 수 없어침대 머리 맡에 앉아서는어찌해야 하나 ...
    Date2024.03.27 By고파울로 Reply0 Views42
    Read More
  5. No Image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3)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3)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그동안 적어도 30여 년 이상 온 의식이 뱀의 형상들로 인해 집요하게 시달렸었다. 꿈 이야기가 아니다. 거의 매일 밤, 소등하고 잠자리에 누우면 온통 뱀 천지다. 천장도 뱀 벽도 뱀 기...
    Date2024.03.19 By고파울로 Reply0 Views48
    Read More
  6. No Image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2)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2)초등학교 1~2학년 시절, 어느 봄날의 토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저 멀리 5~6학년 형들 대여섯 명이 떼를 지어 뭔가를 수상하게 하고 있었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며, 겨우내 함께 겨...
    Date2024.03.13 By고파울로 Reply0 Views43
    Read More
  7. No Image

    황금 빛 노란색 뱀 이야기 (1)

    황금빛 노란색 뱀 이야기 (1)2021년 9월 어느 날 깊은 밤, 사람 몸처럼 굵은 뱀이 내 몸이 닿지 않게 몸 전체를 나선형 스프링처럼 휘감고 있는 꿈을 꾸었다. 얼핏 보기에는 황금 뱀 같았는데, 그 빛이 너무도 순수하고 밝아 보면 볼수록 화사한 노란색으로 빛...
    Date2024.03.07 By고파울로 Reply0 Views89
    Read More
  8. No Image

    "이 성전을 허물어라"

    1 "여러분이 바로 하느님의 성전입니다"(1코린 3,17). 고요의 신비 속에서 뱀의 형상이 부서지며 트라우마가 사라진다. 깊은 신비의 부드러움 속에서 죽음의 형상이 부서지며 59년 동안 나를 사로잡았던 트라우마가 흔적 없이 날아간다. 드넓은 신비의 깊음 ...
    Date2024.03.03 By고파울로 Reply0 Views42
    Read More
  9. No Image

    사랑의 무지개

    사랑의 무지개"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창세 9,13).0.01 그램 같은미미한 사랑이라 할지라도실천하기만 하면그 사랑은 무지개가 된다.작디 작은 불꽃이탱크 하나를 무섭게 폭발시키듯온 우주에 가득 찬 사랑을순...
    Date2024.02.18 By고파울로 Reply0 Views57
    Read More
  10. No Image

    <재의 수요일>

    <재의 수요일>"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2,13).          1이마에 재를 받으며마음에도 받는다.부드럽고 고운 재를 얹으며말씀의 재로내 마음의 바리사이를 찢는다.깨끗이 타오른 재,산산이 부서져 가루가 된 재,축복의 재로의식 속에 감추어진 허물더...
    Date2024.02.14 By고파울로 Reply0 Views6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2 3 4 5 6 7 8 9 10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