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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그 때, 참 죄송했어요

by 김맛세오 posted Feb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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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할아버지에 관한 일화도 적쟎게 간직하고 있으니, 그마만큼 손자에 대한 내리사랑이 각별하셨던 게다.


  가족들 뉘게든 호랑이같이 무섭게 대하셨던, 그런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겐 자애롭기 그지없으셨으니까...



  그런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할아버지와 동숭동(옛 서울대 자리)의 큰 집으로 나들이를 갔다.





  명절같은  때, 가끔 할아버지를 따라 가곤 했던 큰 집이지만, 웬지모를 집 안의 구접스레한 분위기로 선뜻 마루에 오른다는 게 썩 내키지않았으니, 큰할머니께서 오랫동안 치매를 앓고 계셨던 탓이었리라.  아무튼 그 집에 도착하자마자 할아버진 마루 위로 오르셨고, 신발을 벗지않은 채 쭈삣쭈삣 서 있으려니, 어여 올라오라 채근을 하시는 할아버지.  그래도 요지부동하고 있는 마뜩치않은 나의 태도에, "인석아, 왜 안오르고 그러고 있냐?   그럴려면 집으로 가!"라고 호령을 하시는 거였다.



  한 번도 나무라지않으셨던 할아버지의 그 말씀에, 노여움을 심하게 탄 나는 즉시 그 집을 박차고 나와 집으로 와 버렸던 것이다.





  그 시절, 빈번치않던 대중 교통에다 뻐스를 갈아타야 집으로 갈 수 있었는데, 큰 집으로 향했을 땐 할아버지의 뒤꽁무니만 쫒아가도 되었지만, 화가 나 집으로 올 때의 나홀로 길엔 그게 보통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도, 어찌어찌 동지기 집으로 무사히 귀가했던 것이다.



  속절없이 흘러간 아득한 세월, 그 사건에 관련하여 할아버지의 불같으신 노여우심만 떠올랐지, 혼자 훌쩍 떠나버려 보이지않는 손자에 대해 얼마나 노심초사 심려가 깊으셨을꼬!  하많은 세월이 지난 오늘에야 할아버지께 무척 무뢰하게 처신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다.



  "동지기 시절, 할아버지는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 그 넓디 넓은 백사장의 신천지를 체험케하셨고, 가끔 창경원엘 가 주시고는 그 시절 보기도 힘든 빠나나를 사주셨는가 하면, 비오는 날, 노량진 전차역으로 우산을 가져오시면서 짜장면을 사주셨던 일이며 여름방학 식물체집을 도와주시려  그 멀고 먼 관악산이며, 홍시가 주렁주렁 열린 우면산엘 함께 가 주셨던...손자 사랑에 각별하셨던 할아버지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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