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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일한 형

by 김맛세오 posted Oct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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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지난 봄, 늘 건강하던 형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시어 입원했다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경미한 상태여서 시름을 놓았지만, 이후로는 잘 다니시던 직장에 손을 놓으셨고 치유 회복을 위한 재활치료와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하시나, 이전의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기는 모든 사정이 역부족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형이 건강하셨을 즈음엔 형에 대한 관심이라든가 신경을 거의 쓰지않았지만- 더군다나 형과 나 사이에 비숫한 점이라곤 거의 없었고, 형에 대하여 신경을 쓸 만한 구석이라곤 찾기가 어려웠으니까...형은 외모라든가 성품이 부성을 닮았고, 나는 외탁을 하여 엄마를 많이 닮은 것도 확연히 다른 점들이다. 그런 형이지만, 단 한 분 뿐이라는 형제 의식과 함께 예전과는 달리 형을 생각할수록 짠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한 달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형을 의도적으로 만나, 지난 얘기를 하며 식사도 함께 해드리기로 다짐하였다. 예전 어쩌다 만나면 그래도 직장에 다니시는 형이 식사비를 내곤 하였지만, 이제는 내 쪽에서 해드리기로 했다.

 

  갑작스런 뇌경색이 온 이면엔, 각 사람의 갖가지 상태에 따라 건강의 척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이르던 늦던 인생의 주기에 자연적으로 찾아오는 수순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살아계셨을 당시, 75세 정도부터 골다공증의 증세로 매사 힘들어하셨고, 그 후로 현저하게 전체의 발란스에 이상이 생기셨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며칠 전 일시에 닥친 거대한 태풍으로 사이판에서 일어난 자연 발생 재해로 인하여, 일시에 누렸던 모든 의식주의 올 스톱으로 그곳에 여가를 즐기려 여행을 간 모든 사람들이 다시는 떠올리기도 싫은 아귀비환의 처지로 힘들게 지내고 있지 않던가!

 

  최근의 나 개인적으로는, 연피정의 일환으로 함께 성지순례 길을 걷던 6명의 형제들중, 그리 넓지도 않고 차가 많이 다니지도 않은 한적한 건널목에서 아무런 살핌도 없이 이야기에만 몰두하며 천하태평 건너던중, 몸을 스칠 정도의 아슬한 찰라에 큐브레이크를 밟은 차로, 운전자의 너무 놀랜 표정을 보고 그제서야 내가 한눈을 팔며 건넜다는 걸 깨달았다.

뒤를 따라오던 모 형제 왈- "형제님, 좌우를 살피면서 걸어야죠. 하마트면 순례고 뭐고 장례치를 길이 될 뻔 했잖아요!" 틀린 말이 아니다. 비명횡사할 찰라에 천사의 도움 손길이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찰라의 갈림길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어쩌면 형을 걱정해 오던 건강한 내가, 먼저 하늘 나라로 갈 뻔한 사건이었으니, 한 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네 삶과 죽음이 아니겠는가?


  요즘 부쩍 형을 통하여 '삶과 죽음'에 대하여 자주 묵상을 하게 된다.

  지독히 무덥던 지난 2018년의 여름이 언제 빨리 지나려나 싶더니, 유난히 찬란했던 전국의 단풍 계절도 짧게 끝나고 이제 두 달 남짓한 남은 달력을 보며, 살아 온 날들보다 살 날이 지극히 짧게 남았음을 깊이 의식하게 된다.

 

  다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참으로 흐뭇했던 만남들 하며 하느님으로 부터 받은 무수한 은총의 기회들,  살아 갈 날들에 대한 지극한 감사 외에 무슨 바램의 여지가 있겠는가.


  형을 생각하면...늘 함께 해도 될 옆 자리에 형이 없었다는 의아함과 함께, 이제는 형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기회를 자주 마련해 드리겠노라 다짐해 본다. 엄마가 하늘 나라에서 내려다 보시며 흐뭇해 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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