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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수 없는 어느 두 아이

by 김맛세오 posted Jan 0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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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내 기억으로 2019년도 성거산 수도원에서 지낼 적이었다.

  성거읍 옆 동네인 입장읍에서 살고있던 두 형제가 있었으니, 가끔 엄마와 함께 수도원으로 올라 와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놀던 그 모습이 삼삼하게 떠오른다.  보통 아이들과는 달리 좀 특이했기에 유독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나보다.


  두 아이의 이름조차 가물가물하지만, 형제의 의가 매우 좋았으며 그 때 그 아이들의 나이가 9살, 6살쯤 되었을 것 같았고, 수도원에 오면 여느 아이들처럼 자연의 품 속에서 둘이 신명나게 뛰어놀곤 했던 의좋은 형제였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들 엄마로부터 심각하고 진지한 고백을 들었다.


  다름아닌 큰 아이가 가끔 예수님을 만난다는...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엄마는 걱정이 앞섰다.  행여나 아이가 환시 속에 잘못 자라면 어쩌나 하는 기우 아닌 기우...그래서 본당 신부님께 상의를 해보았지만, 이상한 여자 취급을 받을 뿐 진지한 답을 엊지 못해 고민만 늘 뿐이란다.  그치만 내가 본 그 아이의 모습은 전혀 이상한 점이 없이 천진난만한 고 또래의 아이일 뿐이었다.


  원래 입장읍으로 이사오기 얼마 전엔 부천에 살았단다.  그런데 큰 아이가 좀 약체질이라서 미래를 위해 보다 청정한 지역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런 아이로부터 예수님을 만난다는 체험 이야기를 종종 들으니, 뉘한테 함부로 이야기할 수도 없었고 행여 아이가 잘못될까봐 엄마의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는 이 형제 아이들에게서 보통 애들에게선 보기 어려운 그런 모습이 눈에 띄였다.

  그 즈음에 성령 신심과 강의 능력이 탁월해 전국구를 돌며 청탁 강의를 잘 하던 한 형제가 있었다.  그러던중 도가 지나쳐 관구로부터 자중하라는 표시(* 자성은커녕 그 형제는 사적인 성령 기도며 구마 행위 따위를 계속하다가 결국 마의 유혹에 걸려 스스로 환속) 로 정동에 있다가 잠시 성거산으로 와 지내고 있던 형제가 있었다.  그날 그 형제는 자신의 일로 뒤늦게 혼자 점심을 먹고는 바로 설겆이를 하지 않고 지하 식당에서 올라와 버렸다.  뒷처리가 안되어 엉망인 주방의 그 모습을 보고는, "에구, 정리 좀 하고 나가지...참!"라면서 혀를 찼다.

  그 무렵 마침 수도원 마당에서 신나게 뛰어 놀다가 목이 말랐던지 주방으로 내려갔었나보다. 조금 후에 볼 일이 있어 다시 주방엘 내려가 보니, 그사이에 깨끗이 설겆이가 되어 있는 거였다.  분명 점심을 끝낸 그 형제는 다른 곳에 있었기에, 뛰어 놀고있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이 설겆이를 한 거니?"  고개를 끄덕거리는 아이들이 참으로 대견했다.  고만한 또래 아이들로서는 보통 시켜도 하기를 싫어할텐데, 남의 설겆이를 그렇듯 스스로 해주다니 범상치 않은 그런 행동이었다.


  예수님을 만난다는 아이들에 대한 고민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날인가, 그런 내용을 '관구 생활 수필'란에 올렸더니, 즉시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수사님, 제 아이들에 관한 그런 이야기가 공적으로 회자되는 걸 원치 않으니 삭제해 주심 좋겠어요."  그래서 바로 지워버렸다.


  한번은 성탄시기 혹은 부활시기에 입장 성당 미사에 참례한 적이 있었다.  두 아이와 엄마가 나란히 맨 앞줄에서 장괘를 하고 있는 그 모습이 얼마나 숙연해 보이던지, 대개 집중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기 일쑤인 보통 아이들과는 너무나 다른 태도였다.


  그랬다.  그 후 성거산을 떠나 정동으로 인사 이동이 된 어느 해인가 천안시내의 신부동 성당엘 드렀다가, 옛 추억이 그리워 다시 와 보았다는 그 엄마와 아이들... 그 즈음엔 다시 예전에 살던 부천으로 이사해 잘 지내고 있다면서 반색을 하는 거였다.


  아마도 큰 녀석이 지금쯤 고교 1-2년생은 되어 있을 게다.  그 후로도 예수님을 계속 만나고 지내는지 모르겠지만...그 보다는 병약했던 그 아이가 건강히 잘 지내고 있을지 매우 궁금해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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