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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게산에서 만난 '준호'란 아이

by 김맛세오 posted Jun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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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오랜 가뭄의 와중에 달디 단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이었다.

  안가 본 코스를 택해 어림잡아 산을 오르려 하니, 길이 잘 나지않은 골짜기로 들어서 등산화는 질척하게 다 젖었고 바지도 많이 이슬비에 스며들어 제대로 걷기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한참 그렇게 애를 먹으며 산길을 헤집으며 오르다가 12시가 좀 넘어 비를 피해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마땅한 장소를 눈여기고 있을려니, 마침 가까이 아이들이 재잘대는 소리가 들렸다.  "이 깊은 골짜기에 왠 아이들...?"  의아했지만, 곧 선생님들과 함께 노란 뻐스에 실려 자연학습을 나온 애들임을 즉시 알게 되었다.  비를 피해 가건물식 텐트가 넓게 쳐진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신이 나 뛰어 노니는 유치원 꼬맹이들과 젊은 선생님 몇 분들의 분주한 모습!

  그래서 입구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사갖고 간 3천원 짜리 김밥을 펼쳐 먹으려 하는데, 깔끔하고 예쁘장하게 생긴 사내 아이가 쫄르르 달려 오더니 내 곁에 턱을 치받치고 있어 일거일동을 지켜보는 거였다.  "욘석 좀 봐라.  얘, 김밥 하나 먹으련?"  고개를 끄덕끄덕...그렇게 하나를 먹으며, 맛있는 모양으로 더 주었으면 하는 눈치다.  그러나 3천원 짜리 김밥의 양이 오죽하랴.  내 배에도 차지 않은 적은 양이라, 더 주기엔 좀 그랬다.  그리고 아이들의 분위기를 보니 선생님들이 간식도 준비해 온 듯 싶었고, 정말 못먹어 배고파 보이는 그런 애들이 아닌 듯 싶어, "애, 너무 적은 김밥이라 더 나눠주기가 좀 그렇구나!"  그리고는 이미 1/3 정도 마신 두유를 보고는, "그건 뭐예요?"  "이것도 마시고싶은 거니?  그런데 어쩌지, 아저씨가 감기에 걸려 이미 입을  댄걸 네게 줄 수가 없겠는걸!"

  이렇게 그 애와 주고받는 사이에 선생님 한 분이 지나치면서, "준호야, 너 왜 아저씨를 그렇게 귀찮게 하니?  저기 가면 간식거리 많으니 어여 저쪽으로 가서 놀렴."  그리고보니 할아버지뻘 되는 내가 졸지에 아저씨가 된 꼴이어서 좀 웃음이 났다.              


  준호와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녀석의 천사같던 천진스런 접근이 내내 잊혀지지 않았다.  시나브로 비가 내리던 날, 그토록 깊은 산중에서 만난 아이들의 뛰어놀던 모습도 매우 신기스러웠다.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들의 교육으로 낱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유난하지 않는가?  맛난 걸 주려해도 천진스러움이 사라져 이상하고 무서운 사람 취급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여, 낱선 얼른이란 이유 하난 만으로도 인간관계에 삭막한 담이 쳐지는 요즘이 아니던가.  준호는 요즘 애들같지 않게 쓸쓸한 그림자나 어둠을 전혀 느낄 수가 없는 해맑음이었다.  지난번 산 속 쉼 의자에서 쉬는 동안 내 앞으로 날아온 직박구리처럼, 준호의 천진스런 태도도 같은 맥락이었으리라.

     

  높이 자락 비에 젖은 산길로 더 이상 정상에로의 접근은 일찌감치 포기한 그날이었지만, 대자연의 품 속 비가 내리는 와중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은 결코 우연 만은 아닌 듯 싶었다.   

  눈을 한껏 돌려 청계산이란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본 그날은 가뭄 끝에 내린 달디 단 비라선지 더욱 상쾌하였다.  조용하지만 산중 대자연에는 온갖 생명들- 갖가지 나무들과 풀들, 곤충들과 풀벌레 소리, 새들...서로간 상생(相生)의 그 어울림이 얼마나 아름다운고!  특히 저마다 있을 자리에 자연스럽게 살아가며 얽히고설켜 지내며서도 서로 양보하며 조화를 이루는 고요함과 평화로움!  그런 자연에서 얼마나 좋고 많은 것을 배울 수가 있는지!  그래서 어쩌다 자연과 접하면 비록 도가적인 풍토만은 아니더라도 무위자연(無爲自然)이란 말이 쉽게 내 마음에 와 닿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래 전, 고교 1학년 때였으리.  국어 선생님 시간에 본인 원하는대로 작문을 짓게 하셨다.  그때 내가 써낸 글은 뜻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호연지기(浩然之氣)'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내 존재란 싹은 프란치스코 성인과의 만남 이전에 이미 자연과 쉽게 접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자칫 지나친 욕심으로 제 분수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 요즘인가?  그러다보니 생각과 말과 행위에 있어서, 비움의 아름다움인 자연의 순리 대신 얼마나 많은 욕심이란 암(癌)을 쌓으며 살아가는지!  암이란 곧 물질을 산처럼 많이 쌓아 생기는 마음이나 육체의 병을 의미하지 않던가.


  여하튼 그날, 청계산 자락 자연의 품속 귀여운 '준호'와의 짧은 만남은 어른들과 아이들과의 석연치않은 요즘의 교육 시절에, 내내 신선함으로 남아있어 "참, 준호, 고 녀석!" 하며 훈훈한 마음의 미소를 띄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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