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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목요일-사랑, 닦아주는 관계

by 당쇠 posted Mar 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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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일 것입니다.
이 모습에서 주인공은 엄마도 아니고 아기도 아닙니다.
엄마와 아기고, 엄마와 아기의 관계입니다.
엄마에게 온통 의지해 있으면서도
평안하고 만족스런 아기의 상태.
자기의 사랑이 아기에게 들어가 생명이 됨을 바라보는
엄마의 흡족한 상태.
이렇게 서로를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관계가 있을까요?
자주 하는 얘기지만,
할 수만 있다면
저도 아기에게 젖을 물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이에 못지않게 아름다운 모습이
아기의 코를 닦아주는 엄마의 모습입니다.
자기의 더러움을 인식도 못하고
닦을 줄도 모르는 아이의 백지상태와
그러기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아이의 無爲性.
다른 사람의 코라면 더럽다고 하고,
더러우니 닦으라고 할 터인데,
아기의 코는 더러운지도 모르고
생각 없이 코를 닦아주는 有爲의 無爲性.
젖을 먹이는 관계가
생명을 주고받는 사랑의 관계를 보여준다면
코를 닦아주는 관계는
더러움을 씻어주는 사랑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런 사랑의 관계를 보게 됩니다.
오늘 복음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아버지께로 건너가실 때가 온 것을 아셨다.
그분께서는 이 세상에서 사랑하신 당신의 사람들을
끝까지 사랑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이어지는 말씀은 유다가 이미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다가 배반할 것을 알고 계셨고
그리고 유다 뿐 아니라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도 배반할 것임을 알고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심은
죄를 지었어도 끝까지 사랑하시는 그 사랑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죄를 씻어주시는 사랑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베드로 차례가 되자 베드로는 완강히 거부합니다.
자기가 주님의 발을 닦아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도 주님께서 닦아주신다면 발이 아니라
손이나 머리를 닦아주시는 것이 나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더러운 발을 씻어주겠다 하십니다.
그리고 발 씻김을 거부하는 베드로에게
“내가 너의 발을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발을 씻기고
발을 씻어줘야 같이 몫을 나눈다는 말씀입니다.
씻기고 씻어주는 관계 안에서
공동의 몫을 누리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공동의 몫이란 사랑의 보상이겠지요.

사랑이란 꼭 주는 것만이 아닙니다.
사랑을 잘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입니다.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을 요청하는 것도 사랑이요,
사랑이 만족스럽도록 사랑을 고맙게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입니다.
죄를 용서하는 것도 사랑이지만
용서할 수 있도록 자기의 죄와 더러움을 내보이는 것도 사랑이요,
씻기고 난 뒤의 그 기쁨과 고마움을 표함도 사랑입니다.
실상 우리와 주님의 관계는 죄와 용서의 관계요,
우리와 주님의 사랑은 씻기고 씻어주는 사랑입니다.
그러니 씻김을 거부하는 것은 단절이고,
사랑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발 씻음에서
죄인도 사랑하시고
죄인의 사랑도 받으시는 주님의 사랑을 보고,
죄인도 사랑 받고
죄인도 사랑할 수 있음을 우리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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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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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8.03.20 09:46:15
    신부님 말씀에 너무기쁘고 행복합니다!
    이 죄인도 지금 , 주님의 쏟아지는 사랑을 받고있다니.......
    이웃과 관계가 좋은 사람만이 하느님과의 관계도
    좋겠지요!!!
    " 우리와 주님의 관계는 죄와 용서의 관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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