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산에 올라가시어 당신께서 원하시는 이들을 가까이 부르시니
그들이 그분께 나아 왔다. 그분께서는 열둘을 세우시고 사도라 이름 하셨다.
그들을 당신과 함께 지내게 하시고, 파견하시어 복음을 선포하게 하시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산으로 올라가십니다.
산은 성서에서 하느님이 계신 곳, 하느님과 만나는 곳입니다.
그러니까 주님께서도 하느님을 만나러 산에 올라가신 겁니다.
그리고 주님은 제자들 중 특별히 열둘을 뽑아
당신께로 부르시는데 사도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니까 열둘은 제자이기도 하지만 사도입니다.
그렇다면 제자와 사도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요?
그리고 우리도 열두 사도들처럼 제자도 되고 사도도 되어야겠지만
둘 중에 하나가 돼야 한다면 제자와 사도 중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루카복음을 보면 일흔두 제자들이 파견되는 내용이 나오지만
제 생각에 사도는 제자들 중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대표하여
공동체를 이룰 뿐 아니라 사명을 받고 파견되는 존재입니다.
먼저 열두 사도는 공동체를 이루는 기둥들입니다.
이 기둥들이 없으면 공동체는 무너지고 맙니다.
집을 지을 때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세운 다음
나머지 다른 공사를 하여 집을 짓듯이
하느님의 집(안)도 예수 그리스도라는 기초 위에
사도라는 기둥을 세워야 지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다음으로 사도들은 사명을 받고 파견되는 존재들입니다.
주님께서 사도들을 부르신 것은 곁에 두고 애지중지하거나
당신의 몸시중이나 들게 하려고 부르신 것이 결코 아니고
아버지 하느님의 집안을 다시 세우시기 위해,
다시 말해서 흩어진 하느님 백성을 다시 모아들이기 위해
사명을 받고 파견된 존재들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비해 제자들은 이런 사도직에 참여하기 위해
주님 곁에 머물며 하느님 나라에 대해 배우는 이들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우리 중에는 사도는 되지 않고 제자만 되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제가 앞에서 제자이자 사도이어야 하지만 둘 중의 하나가 돼야 한다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어리석은 질문을 던진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도는 되지 않고 제자만 되려 한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앞서 봤듯이 공동체 안에서 기둥역할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고,
복음 선포는 하지 않고 복음에 대해서 공부만 하려는 것이지요.
이는 마치 집안의 가장이 가장역할은 아니 하고 공부만 하려는 것이나
어른이 다 되었는데도 어른역할을 안 하고 애로 머물려는 것과 같지요.
저희 수도원에서도 보면 신학교 교육 다 마치고
수도생활과 사제생활을 한 지 오래 되었는데도
공부를 더 해야 된다는 형제들이 꽤 있고
신자들을 보면 강의는 들으러 많은 분들이 몰려가지만
복음 선포의 현장에서는 사람을 발견하기 힘이 듭니다.
이는 요즘 애어른 현상과도 맥을 같이 합니다.
어른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애로 머물려는 현상 말입니다.
근자에 저희 수도원에서 성소식별을 몇 명 했는데
가장 큰 이유가 성장/성숙하려 하지 않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현재 미성숙하더라도 성장/성숙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영 그럴 의지가 없고 계속 아이 상태로 있으려는 것입니다.
어른인데도 엄마가 있어야 하고 엄마가 다 해 주기를 바라니
어떻게 나중에 사도가 되고, 복음선포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러니 우리도 제자만 되지 말고 사도도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