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죄를 저지르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씨가 그 사람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하느님에게서 태어났기 때문에 죄를 지을 수가 없습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죄를 짓지 않는다고
오늘 요한의 서간은 얘기하는데 이는 풀이가 필요합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우리가 죄를 짓고 있고,
세례로 거듭 태어났는데도 여전히 죄를 짓고 있으니 밀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은 생물학적인 것이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우리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고,
우리 인간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습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에게서 태어났다는 것은 그러므로 영적인 것이고,
영적으로 태어났다는 것은 성령으로 태어나는 것을 말하는 거지요.
이것을 오늘 요한의 서간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하느님의 씨가 그 사람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하느님의 씨>란 무엇이겠습니까?
즉시 성령이시라고 연결이 되지 않습니까?
하느님의 씨인 성령께서 우리 안에 계시면
우리는 주님 안에 머물게 될 것이고,
그래서 죄를 지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제 서간에서는 이렇게 얘기했지요.
“그분 안에 머무는 사람은 아무도 죄를 짓지 않습니다.”
제가 여러 차례 얘기했기에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영>이나 <정신>이나 <얼>은 같은 말입니다.
라틴말로는 spiritus이고 영어로는 spirit입니다.
주의 얼, 성령, 거룩한 정신은 하느님에게서 나와서 하느님을 지향하며
그래서 우리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에도 주님 안에 머물게 합니다.
이에 비해 육의 영, 악령, 세속의 정신은 하느님에게서 나온 게 아니며
그래서 하느님을 지향하지도 않고 세속에 머물게 합니다.
그러니까 하느님은 전혀 지향치 않고 주님 안에서 살지도 않으며
오직 세상 안에서만 살게 하는 것이 세속의 정신이고,
세상 안에서 살지만 하느님을 지향하며 주님 안에서 살게 하는 것이
거룩한 정신이고, 주님의 얼이며, 성령이신 거지요.
어제는 프란치스칸 가족 평화 기도회가 정동에서 있었습니다.
강사 신부님이 주제 강연을 하던 중에 우리 신자들이
<초월영성>과 <육화영성>을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지요.
세상의 불의와 그로 인한 다른 많은 사람들의 비 구원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오불관언 내적인 평화를 누리는 그런 초월영성을 살아서는 안 되고,
주님께서 세상의 평화를 위해 오신 그 육화영성도 살아야 한다는 거지요.
이 세상에서 하느님을 지향하고 주님 안에서 머문다는 것은
이 세상을 미워하거나 이 세상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는 세상을 미워하지 않고 세속을 미워하며
세상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세속을 떠나야 한다는 거지요.
오히려 우리는 이 세상을 사랑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너무도 사랑하여 당신 외아들을 보내신 것이
지금 우리가 지내고 있는 성탄의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서간은 말미에 하느님의 자녀와 악마의 자녀를 구별하며
자기형제를 사랑치 않는 자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요.
그러므로 하느님으로부터 온 하느님의 씨, 곧 성령을 자기 안에 지닌
하느님의 자녀는 죄를 짓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랑을 합니다.
애착의 죄는 짓지 않고 사랑의 덕은 실천하는 하느님의 자녀!
우리는 그 자녀답게 살기로 다짐합니다.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