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눈 앞에 보이지만,
그 죽음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향해 나아가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것은 왠만한 사랑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잘못과 그것에서 비롯된 어려움에도
감싸 안아주려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세상은
그 사랑을 거부하고
그 사랑을 부정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노력이 아무런 소득이 없을지라도,
나의 사랑에 아무런 보답이 오지 않을지라도,
끝까지 사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보답이 오기보다는 오해를 받기 쉽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을 하고
자신의 것을 기꺼이 내어 놓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너희가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냐,
너희가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냐,
그러면서 왜 나에게 보답을 원하느냐는 식으로
오히려 따져 묻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들도 나약한 인간이기에
아무 소득 없이 묵묵히 길을 걷는 것이
때로는 그들을 쉽게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그들에게 주님께서는
묵묵히 그 길을 걷기를 원하십니다.
그것이 주님을 따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걸으시는
그 주님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적인 아쉬움이 있고,
인간적인 욕심이 있을 수 있지만,
주님과 함께 할 때,
그 아쉬움은 조금 내려 놓을 수 있습니다.
그 길에서 우리는 이미 주님을 따르고 있고,
그 길에서 우리는 이미 주님과 일치해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