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으십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 생각하느냐?”
그런데 그 이전에 사람들이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물으십니다.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실 때 제자들도 함께 있었는데,
그분께서 ‘군중이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니까 주님께서는 당신의 정체에 대해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과
제자들이 알고 있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하시기 위하여
제자들의 생각을 묻기 전에 사람들의 생각을 물으신 겁니다.
그랬더니 과연 제자들의 생각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사람들은 예수님을 그저 예언자 정도로 생각하는데 비해서
제자들, 정확하게 애기하면 제자들의 대표인 베드로는
<하느님의 그리스도>라고 자기 생각을 얘기합니다.
그렇다면 제자들은 사람들과 달리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었을까요?
제 생각에 그것은 기도를 한 것과 하지 않은 것의 차이입니다.
우리가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이
제일 앞부분에 예수님께서 혼자 기도하고 계셨다는 것과
그 자리에 제자들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주님께서는 당신의 기도에 제자들을 초대하시고,
제자들은 주님의 기도에 함께 참여하였던 것이며
기도 안에서 주님의 영이 제자들의 영과 통교하신 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올바른 기도를 하면
이렇게 주님이 어떤 분이신지 정확히 알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기도를 하면서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지.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그런 기도를 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을 쏟아놓는 그런 기도만 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도 안에서는 프란치스코가 얘기하는
그 <기도와 헌신의 영>이 활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프란치스코는 우리가 일할 때나 학문을 할 때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말라고 권고하는데
일이나 학문을 할 때만이 아니라 기도할 때도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는 기도를 하면서 주님의 영을 우리 안에 영접케 되고,
주님의 영을 영접해야 그 영께서 우리 안에서 활동하시게 되지요.
그러므로 우리는 영이 없는 욕망의 기도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얼빠진 놈이라고 욕을 하곤 하는데
영이 없는 것이 우리말로 얼빠진 것이지요.
일을 할 때나 학문을 할 때는 물론 기도를 할 때는 더더욱
기도와 헌신의 영을 끄지 않는 오늘이 되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