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면 주실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그러한 경험을 별로 하지 못합니다.
하느님께 청해서 받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렇기에 오늘 복음의 말씀이 때로는 공허한 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우선 우리는 우리가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누가 더 높은지 다투던 제자들은
급기야 마지막 날에 주님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영광을 청하게 됩니다.
그런 그들에게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너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청하고 있다고.
그 영광을 위해서 주님과 함께 수난의 잔을 마셔야 함을 암시하시지만,
제자들 눈에는 그 영광이 너무 크게 보인 나머지
수난의 잔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쉽게 그 잔을 마실 수 있다고 장담하게 됩니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청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그 영광의 자리를 위해서 수난의 잔을 마셔야 할 때,
이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거부하거나,
심지어는 하느님을 원망하게 됩니다.
그렇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서
우리 눈에 좋아보이는 것을 주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앞의 경우와 비슷한데,
우리는 때로 우리에게 독이 되는 것을 청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즉 눈 앞의 것을 원하기 때문에
멀리 있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나에게 좋아보이고 달콤해 보이지만,
그것이 때로는 나에게 좋지 않게 작용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실 때,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청하는 것을 이미 우리에게 주셨는데도
우리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과연 주님께 무엇을 청하고 있는지
한 번 쯤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할 때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 안에서
우리가 청하는 것을 다시금 새롭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