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몇 해 전 오늘 축일 강론 때 제가 한 말이
‘세상은 어두운데 십자가만 밝구나!’입니다.
밤에 시내를 나가면 야광십자가들이 얼마나 많고,
그 십자가들은 또 얼마나 큽니까?
그 많은 교회와 성당들이 제대로 빛의 역할을 하였다면
십자가만 밝지 않고 세상이 밝았을 텐데 그렇지 않기에
제가 예수님의 마음이 되어 탄식을 토해낸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의 교회들과 성당들을 예수님께서 보시면
예루살렘을 보며 눈물을 흘리시듯 크게 탄식을 하실 것이고
오늘 성전정화를 하시며 나무라시듯 크게 진노하실 것입니다.
성전이 장사하는 집이 되었고,
아버지의 집이 장사치의 집이 되었다고 일갈하시는데
요즘 우리의 성당들도 복음보다 돈이 더 중요하고,
영적인 친교보다는 세속적인 사교의 장이 된 곳이 많습니다.
얼마 전 교황 프란치스코가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지요.
“교회는 섬기는 곳이지 돈을 벌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지금 교회에 배려와 섬김보다 돈의 노예가 된 사람이 있는데
사제와 주교들이 돈에 얽매인 것을 보면 매우 슬프다"
그런데 요즘 외신을 보면 이 말씀이
전 세계 교회를 향한 말씀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바티칸을 직접 겨냥하며 하시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교황에 선출되면서부터
교황 궁에 머물지 않고 일반 사제들의 방문자 숙소에 머무시며
바티칸의 개혁을 염두에 두신 행보를 해오셨는데
실제로 돈과 연루된 바티칸의 비리를 고발하는 책들이 나왔고
또 새로운 책이 출간된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교황님은 지금 아랫물이 맑게 하기 위해 윗물부터 정화하시고,
그래서 베드로 성전에서 흘러나온 물이 가는 곳마다 물들이 살아나고
그래서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고 고기들이 많아지도록 애쓰시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324년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지어 봉헌한 이래
‘모든 성당의 어머니와 으뜸’이 된 라테라노 대성전의 축일을 지내는 오늘
우리의 성전들이 생명의 성전이 되기 위해 먼저 정화를 해야 합니다.
우선 우리 수도자 안에서, 수도 공동체 안에서 돈을 치워버려야 합니다.
이때의 돈이란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이기도 하지만 맘몬이즘Mammonism
곧, 하느님 대신 우리가 더 소중히 여기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들입니다.
저는 무전순례를 떠날 때에야 깨닫습니다.
제가 얼마나 돈이나 세상이 주는 것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것을.
그런 것들 정말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인데
제가 하느님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고 그런 것들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고,
그래서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그런 것들을 섬기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없어도 사는데 돈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고,
차 없고, 휴대전화기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으면
이것이 벌써 우리가 맘몬이즘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표시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신자유주의라는 새로운 맘몬이 등장했습니다.
역사 전체를 통틀어 가장 거대하고 강력한 맘몬입니다.
우리 교회는 지금 교황님과 함께 이 거대한 악과 싸워 이겨야 합니다.
그러니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으르렁거리는 사자처럼 우리의 적대자가
우리를 삼키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1베드로 5,8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