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최후의 만찬 (1578- 1581)
작 가 : 야고보 틴토레도 (Jacopo Tintoretto : 1518 - 1594)
크 기 : 캠퍼스 유채
소재지 : 이태리 베네치아 스쿠올라 산 로코 (Scuola di San Rocco)
갯벌에 터전을 만들어 살아야 했던 베네치아 사람들은 열악한 삶의 요청에 의해 매우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고 이것은 신앙생활을 통해서도 드러나게 되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스쿠올라(Scuola)라는 제도인데, 이것은 교회에 몰리는 재산 관리를 합리적으로 함으로서 종교의 부패 방지와 가난한 사람의 도움이라는 사회사업적 기능을 키우는 것이고, 이것은 철저히 평신도들에 의해 운영되던 자선 단체였다.
성직자들이 모든 것을 지배하던 중세에서 평신자적인 성격이 가장 극명히 드러나던 단체였다. 스쿠올라는 가난한 사람들의 구호, 환자 치료를 위시하여 전쟁 고아들을 교육시키는 등 그 기능은 다양했다.
“사계”의 작곡으로 유명한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Vivaldi)는 전쟁 고아들에게 음악을 가르쳐 유명 가수로서 사회 진출을 하게 만드는 스쿠올라 에서 일하면서 작곡가로서 대단한 작품을 남기게 되었다.
베네치아에 있던 여러 스쿠올라 중 가장 크고 유명하던 것은 병든 환자들을 치유하는 성인인 산 로코를 주보로 모신 성 로코 스쿠올라(Scuola Grande di San Rocco) 인데, 여기에는 이 스쿠올라 회원이었던 작가가 1564년부터 24년 동안 그린 56점의 천장화와 회화가 소장되어 있다.
틴토레토가 평생 가장 많이 그린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최후의 만찬 Last Supper]이다. 그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1547년부터 사망한 해인 1594년까지 적어도 8번 이상 이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대부분의 그림은 스쿠올레 델 사크라멘토(Scuole del Sacramento)라는, 성체 공경에 대한 각별한 신심이 있던 평신도 단체를 위해 그린 것이나, 이 작품은 자신이 회원으로 있던 단체를 위한 것이기에 어느 작품 보다 더 심혈을 기울인 것이며 작가의 신앙과 기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작가는 르네상스 예술의 화려한 역할을 했던 베네치아의 대표화가로서 이 주제에 접근함에 있어 동료작가인 베로네세(Paolo Veronese) 와 전혀 다른 방법으로 접근했다.
베로네세는 화려한 무대와 같은 배경에 최후의 만찬을 그린 반면, 작가는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저분하고 무질서하면서도 인간미가 넘치는 그런 공간을 최후의 만찬 무대로 설정해서 사람들에게 친근감을 주었다.
우선 이 작품은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 만찬과는 전혀 다른 구도로 설정되어 있다. 다빈치는 좌우 대칭의 정돈된 공간을 설정한 반면 작가는 예수님을 중심으로 감동에 빠진 제자들이 모인 불규칙하면서도 감동과 활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그는 미켈란젤로의 소묘와 티치아노의 색채를 목표로 하였으며, 다시 인공적인 빛과 그림자, 과장된 단축법을 써서 극적이고도 순간적인 효과를 화면에 폭발시켰는데, 이 작품이 바로 이런 관점의 대표작이라 볼 수 있다.
빛의 시각화와 무한히 팽창하는 공간, 그리고 연극적으로 사용된 원근법을 통해 작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한 것은 현실과 환상의 결합, 즉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메시지 전달과 이것의 실천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단의 으뜸으로 뽑은 베드로 사도에게 빵을 주시는데, 이것이 식탁의 빵이 아니라 성찬례에 사용하는 제병으로 표현함으로서 성찬례가 바로 예수님의 최후만찬을 재현하는 것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작가는 당시 유럽을 휩쓸고 있던 종교개혁의 반동으로 가톨릭교회에서 시작된 반종교 개혁 운동에 깊이 동참하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성찬례와 최후만찬을 연결시키는 발상으로 여기에 접근했다.
작가는 자선활동을 목표로 하는 스쿠올라 회원이었기에 이 단체의 사명인 가난한 사람의 구제라는 관점을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기 위해 기발한 발상을 했다.
즉 예수님의 최후만찬에는 제자들만이 아니라 배고프거나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도 초대되었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 두 명의 남녀와 개를 등장시켰다.
이것은 관람객들에게 최후 만찬의 감동은 삶의 현실에서 재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기 위한 것이다. 가톨릭의 성찬 신앙은 고상한 환상이 아니라 , 구체적 삶의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이 건물은 베네치아가 흑사병의 공포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것이기에 흑사병의 수호성인인 성 로코를 주보로 모셨고, 이 부분에서는 성 로코가 간호하고 도와주었던 불쌍한 사람들을 앞부분에 등장시키고 있다.
이들의 앞에는 배고픔을 덜어줄 수 있는 빵과 포도가 놓여있어 이들이 주님 사랑으로 초대된 사람임을 보이고 있다.
개는 항상 성 로코를 동반했다는 상징적인 동물이다.
여기에서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자기 단체의 성격 확인을 강하게 하고 있다. 즉 주님의 성찬을 모시는 크리스챤들에게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구제가 바로 핵심이며 성찬례에서 베드로에게 전해지는 제병이 실재 삶에선 양식인 빵의 상징이라는 것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작가는 최후의 만찬을 통해 성찬신앙의 핵심을 전달하고자 했다.
“예수께서 당신을 초대한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베풀 때 네 친구나 형제나 친척이나 이웃 사람을 부르지 마라. 그러면 그들도 다시 너를 초대하여 네가 보답을 받게 된다. 너는 잔치를 베풀 때에는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들, 다리 저는 이들, 눈먼 이들을 초대하여라. 그들이 너에게 보답할 수 없기 때문에 너희는 행복할 것이다. 의인들이 부활할 때에 내가 보답을 받을 것이다.” (루카복음 14장 12- 14절)
사순절이면 본당마다 절식이나 희생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을 돕자는 취지의 헌금함이 마련되고 있다.
작가는 이미 오래 전에 이 복음의 내용을 최후의 만찬이라는 성서 주제를 통해 너무도 설득력 있게 성찬의 복음적 의미를 정확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미사에서 크리스챤들이 받아 모시는 성체성사는 가난한 사람들의 양식으로 다시 확대 분배되어야 한다는 성찬의 신학이다.
예술가들은 항상 시대를 앞서 살면서 제도적 교회가 표현하지 못한 부분을 과감히 표현함으로서 교회에 복음적 생기를 선물했다.
작가의 작품은 오늘 우리 가정과 본당에 놓인 사순절 헌금함이 지닌 천금 보다 더 무겁고 소중한 진리를 화려하면서도 시원하게 펼치고 있다.
[스쿠올라 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