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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행복했던 시간들

by 김맛세오 posted Jan 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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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 선

6년여 이곳 성거산에 살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수시로 (먼저 가신 형제들)묘지를 지나칠 때마다
형제들을 생각하며 두런두런 추억을 화두삼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것도
좋았고, 초봄 제일 먼저 피우는 할미꽃을 만나면 가장 사랑해 주셨던
내 할머니의 가슴이 꽃으로 환생한 것만 같아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할미꽃에 이어 진달래가 분홍빛 꽃망울을 떠뜨리기 시작하면,
설레이는 봄맞이 내 가슴은 떠질 것 같은 그 환희를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밤마다 뜨는 달과 영롱한 별들과 밀어를 나누는 것도
성거산에서의 행복 중에 압권이라 할 수 있으니...
특히 새벽 기도하러 경당으로 내려갈 때면
의례히 하늘의 별꽃들과 마주치는 행복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별들은 어쩌면 숱한 그리움들이 피어난 또 다른 아름다운
별꽃만 같습니다.

늘상 오르내막 길을 걷노라면,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흐르는 작은 계곡의 청아한 소리에
오랜 친구와 만나 화답하는 것처럼
그때마다 은근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늘 푸른 모습으로 거기에 서 있는 소나무 친구들하며
사시사철 변하는 모습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며 풀,
언뜻 모습을 보이곤 하는 귀여운 토끼...
뉘있어 온갖 세상 근심 내려놓고
이런 행복의 교감을 오롯이 누릴 수가 있는지...
성거산에서의 삶은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는
자연에 사는 자체가 황홀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시나브로 내리는 진눈깨비가 반가와
묘지 옆 능선 길을 오르며
평소 대하는 나무들이며 낙엽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단풍나무의 가지마다 건강한 아기 잎 눈들이
멀지않을 봄 소식을 전해주며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맛...님, 이곳을 떠나도 저희들을 잊지 않겠지요?"
"글쎄...!!!???"
내 인생, 이들과의 만남과 교감으로 참으로 행복했기에
그들에게 은근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거의 한평생을 사람들 속에서 복닦거리며 살아왔던
옛 시절에 비하면,
이제 내 연배쯤 되면 굳은 살처럼 굳어진 그런 군더더기들을
저만치 밀어버리고, 하느님과 독대하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한
여생이어야 함을...가슴을 열어 자연과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성거산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바람과 마주하고
계곡 물소리에 귀기울이고
조용한 겨울새들의 움직임에 반가와하며
밤이면 헤일 수 없이 많은 별을 바라보는 일,
자연의 벗들과 함께 마지막 순례의 여행을 하는...
여한이 없는 행복한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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