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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묵상?

by 김맛세오 posted Jul 2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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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지난 두 주간은 고통의 날들이었다.
한 번이 아닌 두 번씩이나 벌에 쏘인 것이
병원엘 가도 소용이 없었고,
오히려 민간 요법인 부황을 떠 독을 뽑아 내어
겨우 심했던 부기가 가라앉았던 것.

장마가 지나간 자리에 대신 연일 찾아오는 무더위!
한낮 더위를 피해 연못가 그늘에 좌정하여 책을 읽기로 했다.
시원한 물소리와 유영하는 물고기를 듣고 보는 것 만으로도
싹 가셔버린 무더위!
그런데 좀 있으려니 뭔가가 얼굴을 스쳐 벌인 줄만 알고 소스라치게
놀랬는 데, 알고 보니 잠자리 한 마리가 펼쳐진 책 위에
얌전히 앉아 이렇게 말을 건네는 거였다.
하기사 여기 잠자리들은 평소 조금도 무서운 기색 없이
어깨 위에도 머리 위에도 살짝 앉기를 얼마나 즐기는지!

"아저씨, 좋은 글 혼자만 보지 말구요, 나도 함께 보면 안돼나요?
독서삼매에 빠질 정도면 내용이 좋은 가 봐요."

"응, 지금의 내 삶의 자리가 가장 최선이란 내용-
現今卽時更無時節(현금즉시경무시절)
지금이 바로 그 때, 다른 시절이 있지 않다
즉, 하느님 계신 곳이 어디인고 하면,
現今生死卽時(현금생사시절)
지금 그대가 서 있는 바로 그 자리!"

"그래, 어쩌면 네가 읽고있는 책에 앉아 그렇듯 꼼짝을 않으니,
또 살짝 건드려 보아도 눈망울만 요리저리 굴 릴 뿐...
책 읽기를 아예 포기하고
친구하자는 너의 예쁜 모습이나 감상해야 겠다.

어쩌면 두 날개가 그리도 정교한 그물처럼 잘 짜여졌을꼬!
또 여섯개의 가녀린 다리하며 잘룩한 허리,
머리엔 예쁜 장난감 투구를 쓰고 있 듯, 굴리는 왕방울
두 눈이 가히 보석같아 보이는구나.
하느님의 완벽한 피조물인 너를 만나 참으로 즐거운 이 시간!"

그렇게 한 30여분 동안 잠자리와 얘기하는 동안,
연못의 고기들 또한 우리 대화에 귀울이나 하 듯
곁을 배회하는 모습이 마냥 한가로와 보인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
신선의 경지가 어디에 따로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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