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형제, 자매님들께
매주 수요일 광화문 광장에 가면
세월호 희생자와 가족들을 위한 미사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이 추운 겨울 진도 팽목항까지 다녀오는 행진이 있습니다.
우리는 하는 일을 팽개치고 행진에 참여할 수는 없어도
한 주일에 한 번 서울에서 있는 미사에 참석할 수 있습니다.
이 미사에 가면 참으로 감동적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미사는 작년 12월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까 겨울이 시작되면서 시작이 된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은 바람골이라 매우 춥습니다.
작년 8월, 세월호 단식에 참여했을 때
밤이 되면 한 여름인데도 이 칼바람 때문에 추워서 벌벌 떨었지요.
그러니 한 겨울의 광화문 칼바람은 정말 살을 에이는 것 같고
가슴을 파고 들고 옷을 뚫고 들어오는 것 같지요.
이 추위에 85세쯤 되어보이는 할머니께서
매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오십니다.
그리고 맨 앞에 앉으셔서
미사가 시작되면 제대의 촛불을 켜시고,
성체 거양 때는 당신 손수 싸가지고 오신 종을 치십니다.
장갑도 끼지 않으신 손으로 종을 높이 쳐들고 말입니다.
그리고 주의 기도를 바칠 때면 사제들과 마찬가지로
손을 하늘로 높이 들고 주의 기도를 바칩니다.
손이 시려워 손을 주머니 속에 넣고 싶다가다
이 할머니의 시린 손을 보고 저도 손을 내놓습니다.
저는 세월호를 잊자고 하는 분들에게
이 미사에 참여하시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세월호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수요 미사에 와 주세요.
이 미사는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뿐 아니라
이 추위에 밖으로 내몰린 많은 사람들을 함께 기억합니다.
이들의 추위를 따듯한 아랫목에서 외면하는 것 때문에
가책을 느끼는 분이라면, 그런 분들도 와 주세요.
2월 18일 광화문 세월호 미사(오후 7시)는 저희 수도회에서 주례를 하게 됩니다.
설명절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아마도 광화문 미사에 참석하시는 분들이 줄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시간이 되시는 형제, 자매님들께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설명절이 너무 춥지 않도록 함께 하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