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하늘을 품고 있다.
불을 끈다
칠흑의 어둠 속에 줄줄이 솟아나는 말들을
기도로 불살라서 주님께 바친다.
말은 침묵 속에 잦아들고
묵언 안에 못다 맺힌 한이 새 불씨를 일구어 불을 지펴 올린다.
기도는 염원의 반복, 불에 구워져 새하얀 석회가 된다.
‘죽기 아니면 견디게 하소서’
하늘로부터 오는 무상의 시혜에 대해
사람 안에 계시는 분에 대해
무관심이 진주를 금가게 하였다.
혼자의 고독과 여럿의 고독
그리고 고독의 단합이 만들어내는 탄원과 절규
저항의 날개를 접고 단념의 눈시울을 내리감는다.
홀로된 자의식 속에서
가라앉는 슬픔을 간간히 흔들면서 흐느끼는 사람의 눈물
신의 얼굴이 사람의 눈물에 젖으신다.
조용하고 확실한 신의 허락
하늘이 열리고
마침내 얻게 되는 깨달음
성탄의 신비
수난과 죽음의 신비
부활의 신비
하느님 나라의 신비
인식의 새 지평이 열리고
모든 감관이 깨어난다.
하늘이 땅에 있고
땅이 하늘을 품고 있다.